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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연의 젊게 삽시다]뇌 건강법

입력 | 2003-05-15 16:48:00


뇌는 일종의 기록재생기다. 우리의 삶이 하루하루 연속극처럼 진행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과거의 기록을 읽어주는 뇌 때문이다. 그런데 종종 이 녹음기가 고장이 난다. 녹음테이프에서 중요한 사실이 지워져 아무리 재생 버튼을 눌러도 묵묵부답일 때 얼마나 당황하는가.

건망증은 대부분 사소한 에피소드로 끝난다. 자동차 열쇠를 두고 차 문을 닫는다거나 냉장고 문을 열고도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라 멍하게 있다가 다시 돌아서기도 한다.

사람의 뇌신경세포는 20세부터 매일 5만개씩 줄어들어 50세에 이르면 전체의 80% 정도만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기억력과 관계된 이 신경세포는 마치 나무뿌리처럼 가지를 치고 굵어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필요에 따라 튼튼해지고 부피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이 있었다. 일정한 공간에 쥐를 넣어놓고 한쪽에는 여러 마리가 어울려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고 다른 쪽의 쥐는 폐쇄된 공간에 가둬두기만 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이 쥐들을 해부해 보았더니 장난감을 가지고 논 쥐들의 뇌 무게가 10% 정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정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해당 부위 뇌 용적이 커진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를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나온 셈이다. 육체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뇌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방법이 있다.

먼저 손을 부지런하게 움직여보자. 손동작은 대뇌피질에 있는 운동중추에서 통제한다. 말하자면 손을 항상 바쁘게 움직이면 이것이 거꾸로 피드백 작용을 해 대뇌피질을 계속 자극한다.

뇌는 전체를 골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와 수리, 분석과 논리를 담당하는 좌뇌와 직관과 감성을 맡고 있는 우뇌를 골고루 자극해야 한다. 좌우 손발을 번갈아 사용하고 책을 읽거나 단어를 외는 활동 외에도 음악이나 미술 감상 또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최근에는 고(高)지방식을 하는 사람이나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는 당뇨환자의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논문도 나왔다. 고지방식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려 포도당을 흡수하는 뇌의 작용을 방해한다. 또 혈액 내 높은 혈당은 뇌의 기억중추를 퇴화시킨다고 한다.

반면 비타민 E와 C, 그리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갱년기를 맞는 사람의 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40대 중반 이후에 비타민 보충제와 호르몬요법이 뇌의 기억력 회복을 돕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