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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180㎝대 백두장사 박영배등 2m 거인잡는 ‘꼬마 특공대’

입력 | 2003-05-15 17:42:00

‘쓰러지는 거인’. LG투자증권의 거인 최홍만(앞)이 신창건설 원종수의 다부진 공격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거인 잡는 꼬마 특공대. 프로씨름 각 구단이 골리앗 잡는 다윗을 키우고 있다.

체중 105.1kg 이상 최중량급의 경연장인 백두급은 최홍만(23·LG투자증권)이라는 역대 최고 거인(2m18)의 등장으로 정상에 오르기가 한층 힘들어진 상태. 올 초 결혼한 김영현(27·2m17·신창건설)이 신혼의 단꿈에 젖은 탓인지 아직 부진하지만 백두급에서 11번이나 우승한 저력이 살아나면 최홍만과 함께 두 거인이 더욱 기세등등해질 것이 분명하다.

‘모래판의 지존’ 이태현(27·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들소’ 김경수(31·LG투자증권), ‘기술씨름의 달인’ 황규연(28·신창건설) 등 백전노장들이 건재하지만 두 거인을 압도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게 사실.

프로씨름 최장신(2m18)인 최홍만(왼쪽)이 백두급 최단신(1m84) 박영배를 엉거추춤한 자세로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그래서 각 팀이 짜낸 ‘비방’이 ‘거인잡는 꼬마 특공대’ 육성. 현대중공업의 박영배(21·현대중공업), 하상록(24)과 신창건설의 원종수(27)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백두장사 중에서 가장 키가 작은 선수들이라는 것. 박영배는 1m84로 최단신이며 하상록은 1m88, 원종수는 1m87. 보통사람과 비교할 때는 큰 키이지만 130kg을 넘는 몸무게를 감안하면 작은 편. 또 한 가지, 체력과 승부근성이 뛰어난 점도 닮았다.

거인의 아킬레스건은 작은 선수가 가슴 밑으로 파고들어 중심을 흔들면 힘을 못쓴다는 점. 키가 30cm 이상 차이가 나는 ‘땅콩’들이 샅바를 쥐면 머리가 거인선수 가슴을 파고드는 형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무게중심이 높은 거인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지난 11일 열린 보령장사대회 백두급 8강전 최홍만 대 박영배의 대결에서 머리를 황소처럼 들이밀며 엉겨붙는 박영배에게 고전하던 최홍만이 다급한 나머지 심판의 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성급하게 공격하다 두 차례 경고를 받아 패한 게 그 예.

최홍만을 지도하고 있는 차경만 LG투자증권 감독은 “거인선수들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을 갖춰야 한다. 작은 선수를 들었다가 다시 다리기술을 걸든지, 아니면 상대를 당기다가 긴팔을 이용한 손기술을 사용하는 등 연속기술을 구사해야만 다윗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골리앗도 기술이 있어야만 모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