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R등급을 받아 개봉될 ‘터미네이터 3’ 동아일보 자료사진
17세 이하의 관객은 반드시 부모나 성인을 동반해야 하는 ‘R (Restricted) 등급’은 할리우드에서 주홍글씨나 마찬가지다. 흥행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 그러나 올 여름엔 사정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연예주간지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최근호는 한동안 기피대상이었던 R등급 영화들이 올 여름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 여름 미국에서 개봉되는 대작들 가운데 ‘매트릭스 2 리로디드’ ‘터미네이터 3’ ‘나쁜 녀석들 2’ ‘엑소시스트 4’ ‘아메리칸 웨딩’(‘아메리칸 파이’의 3편), '프레디 vs. 제이슨‘ 등이 R등급 영화들. 2001, 2002년 미국 흥행 톱 5위 영화 가운데 R등급의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겨냥해 제작된 영화들 가운데 폭력과 섹스 장면이 포함된 R등급 영화들이 5편을 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제작비 1억달러 가량을 들인 영화가 R등급을 받으면 10대 관객 가운데 부모나 성인을 동반할 수 없는 20∼30%를 잃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 또 1999년 콜럼바인 총기난사사건 이후 R등급 영화들은 ‘상당수의 10대들’이 볼 수 있는 장소나 매체에 광고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R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영화들의 제작을 거의 절반으로 줄였다. 1992년 미국 흥행 20위 영화 가운데 14편이 R등급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흥행 20위 이내에 R등급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
그러나 올 여름의 ‘매트릭스 2 리로디드’와 가을에 개봉될 ‘매트릭스 3 레벌루션’은 그같은 경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는 15일 미국 역사상 R등급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3000개의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됐다.
미국 국내배급담당 사장 댄 펠먼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완화된 등급을 받으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매트릭스’는 이미 문화적 현상이기 때문에 R등급이라고 해서 흥행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편이 R등급을 받아 속편에서 표현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점도 속편 영화들이 넘쳐나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R등급 영화들의 부활을 불러왔다. ‘터미네이터 3’의 프로듀서 할 리버맨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터미네이터’ 1, 2편이 모두 R등급이었기 때문에 팬들은 3편의 표현수위도 전편만큼은 될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물타기를 하면 오히려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R등급 영화들 중 역대 흥행 5위순위영 화개봉연도북미지역 흥행수입(달러)1비벌리 힐즈 캅19842억3500만 2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2억1600만 3터미네이터 219912억500만 4글래디에이터20001억8800만 5귀여운 여인19901억7800만 자료: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