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고 할지 모르나 저로서는 ‘고난의 십자가’를 진 느낌입니다.”
14일 서품식을 가진 이용훈(李容勳·마티아·52) 수원교구 보좌주교의 소감에는 기쁨보다 걱정과 부담이 더 많이 묻어 나왔다.
그는 “그동안 주교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최소한의 사생활도 보장받기 ‘힘든 자리’라고 느껴왔다”며 “여러 면에서 결점이 많은 저를 주교로 부르신 것에 순명(順命)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1979년 신부가 된 그는 초기 5년을 빼고 20년 가까이 수원가톨릭대에서 교수, 총장, 대학원장을 지낸 학자 신부. 수원교구는 현재 147개 성당, 60만명의 신자, 280명의 사제가 있으며 매우 빠르게 교세가 성장하고 있다.
이 주교는 “평생 교육현장에 있다 보니 본당 사목과 교구 행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최덕기 교구장이 제시한 성서 소공동체 복음화 청소년 육성 중심의 교회를 만드는 데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주교에 대해 주변에서는 “꼼꼼하고 침착해 보좌 주교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윤리신학을 전공한 그는 특히 교회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했다.
“최근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사회 속의 기독교인의 모습에 대한 비판입니다. 성당 안의 신자에 머물거나 신앙을 고백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 속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합니다.”
3대째 천주교를 믿어온 가정에서 자란 이 주교는 중고교 과정의 신학교인 ‘소(小)신학교’에 들어가면서 신부가 될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그는 최근 성프란체스코 성인의 말씀을 다시 챙겨보고 있다. 그 말씀은 신부가 된 뒤 묵상해온 것이다.
“내 눈을 열어 남들에게 요긴한 것을 보게 하고, 내 귀를 열어 남들이 부르짖는 바를 듣게 하고, 내 마음을 열어 남들을 돕게 하소서.”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