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도사 베레미즈의 모험/말바 타한 지음 이혜경 옮김/315쪽 9500원 경문사
1997년 철학소설 ‘소피의 세계’가 성공을 거둔 이후 소설 형식의 ‘이야기 그물’에 철학 과학 등의 기본 지식을 얽어맨 청소년용 ‘학문소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태반은 줄거리 구조가 성글어 집중하고 따라갈 수 없거나, 딱딱한 지식을 소설 체제에 덧붙인 데 불과해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낼 목적으로 쓰인 이 책은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구조에 흥미로운 문제풀이 과정을 엮어 사뭇 재미있게 읽힌다. ‘두뇌 체조’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주인공은 ‘쉬지 않고 셈을 하는’ 베레미즈. 수행하던 중 길을 가던 ‘나’의 눈에 띄어 함께 모험을 떠난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며 유명인사가 된 그는 끝내 명예와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까지 얻어내고 만다.
본문에 나오는 문제 하나. 카이로인에게 50디나르를 빌려주었다. 그는 처음 20디나르를 갚아 30디나르가 남았다. 두 번째에는 18디나르를 갚아 12디나르가 남았고, 세 번째에 3디나르를 갚아 잔액은 9디나르. 마지막으로 남은 9디나르를 갚아 잔액은 비로소 0이 됐다. 이제 덧셈을 해보자. 카이로인이 갚은 돈은 20+18+3+9디나르이므로 합계 50디나르. 그런데 잔액을 더하면 30+12+9+0이니까 합계 51디나르가 된다. 1디나르의 착오는 어디서 생겼을까?
답을 알기 전에 이 책의 흠을 잡자면, 문제들이 수학의 다채로운 영역을 다루지 못하고 대부분 1차방정식이나 분수 셈의 차원에 머무른다는 점. 그러나 이런 1차적 셈법들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착오들과 연관돼 있어 더욱 흥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앞 문제의 답:잔액의 합은 의미가 없다. 만약 카이로인이 처음 40디나르를 갚고 두 번째에 남은 10디나르를 마저 갚았다면 잔액의 합은 10+0, 10디나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갚은 돈의 합계’와 각 단계의 ‘최종 잔액’일 뿐 ‘잔액의 합계’가 아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