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안이 너무 조용해서 거실에 나가보니 승민이가 점잖게 앉아 장난감 자동차를 앞뒤로 밀며 놀고 있었다. “승민아, 잡아봐라…” 하면서 공을 굴려주니 승민이는 굴린 공을 잡으려고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배밀이를 하면서 낑낑댔다.
최근 승민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서 노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중력이나 진지함도 일취월장이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자꾸 바뀐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사랑을 듬뿍 받았던 딸랑이와 오뚝이는 이제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소 닭 보듯 했던 ‘말하는 인형’이 친한 친구가 됐다. 쉽게 싫증을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만큼 감각과 지능이 발달했다는 뜻이다.
장난감은 단지 아기가 놀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만은 아니다. 장난감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현실세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두뇌발달이나 성장에 영향을 끼친다. 좋은 장난감을 골라주는 것은 아기에게 더욱 적절한 자극을 주며, 놀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 어떤 장난감이 좋을까? 무엇보다 안전성이 확보되고 아기 능력에 맞는 장난감이다. 1세 미만은 딸랑이, 목욕장난감, 부드러운 인형, 누르면 소리 나는 인형 등이 좋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녹색장난감도서관(http://children.seoul.go.kr)을 이용하면 연령에 맞는 다양한 장난감을 무료로 빌릴 수도 있다.
우리 아기는 괜찮을 거라는 지레짐작으로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장난감을 사용하면 각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2세 이전의 아기는 뭐든 잘 삼키기 때문에 블록과 같은 작은 장난감을 주면 입으로 삼켜 질식하기 십상이다. 조립식으로 돼 있어 부품이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또 20㎝이상의 끈이 달린 장난감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기의 목에 감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산 장난감 중에는 납이 포함된 것도 있기 때문에 구입할 때 몇 세용인지, 무슨 성분으로 만든 것인지, 어떤 용도인지 등의 표시가 잘 돼 있는지 확인한다.
‘걸어다니는 장난감’인 엄마, 아빠는 승민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장난감이다. 까칠까칠한 턱을 만지고, 안경을 채어가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볼도 꼬집고…. 승민이를 안고 있으면 이런 수난을 당하지만 오늘도 나는 기꺼이 승민이의 장난감이 되어준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