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은 제38회 ‘발명의 날’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30여년간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엄청난 확장을 가져왔다. 지구 밖으로는 인공위성이 우주 공간을 왕래하고, 밤하늘의 신비로만 여겨져 왔던 행성들에 대한 탐사도 진행되고 있다. 물질의 심층부를 향해서는 미세한 나노 단위 입자(10-9m)의 구성과 작용을 탐구하고, 이를 조작해 새로운 물질을 만듦으로써 그 기능을 이용하는 나노기술의 발전을 보고 있다.
사실 1959년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원자수준 물질의 조작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을 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 가능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연구를 제창하고 나선 미국의 나노 과학자 드렉슬러 같은 사람은 최근까지도 일개 몽상가로 일축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나노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에 미래의 희망을 걸고 있다.
사람이 직접 원자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이론적으로는 필요한 모든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허황된 얘기처럼 들리지만 공기 중의 탄소 수소 산소 분자를 조합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공기로 쌀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물론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로 아직은 그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다. 이러한 꿈 같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나노기술인 것이다.
과학자와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10년 후에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의 슈퍼컴퓨터, 인간의 지능을 갖는 인공지능 로봇, 암세포만을 정확히 골라 없애는 마이크로캡슐, 심지어 날씨나 온도 변화에 따라 옷감 스스로가 모양과 질감 등을 바꿀 수 있는 스마트옷감까지도 개발돼 전반적인 인류생활이 확연히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미국 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서는 나노기술 분야에 정부 차원의 집중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 정부도 세계 5대 나노기술대국을 목표로 올해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고 ‘나노기술 개발 촉진법’도 제정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조만간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나노기술 성과물들이 탄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렵게 개발한 나노기술도 특허로 보호해 놓지 않으면 그 기술을 도용당해 막대한 투자금과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릴 수도 있다. 개발한 나노기술의 권리 선점을 위한 안전장치로 특허출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노기술이 실용화되고 그 응용분야도 재료 전자 의료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최근 이 분야의 특허출원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1998년 특허청에 출원된 나노 관련 기술은 고작 33건이었으나 2002년에는 343건으로 5년간 무려 10배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 중 70% 이상이 내국인에 의한 출원이라는 것이다. 이 점, 우리나라 나노기술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겠다.
나노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차원에서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이 되었다. 나노기술의 개발 육성 보급을 위해 산업체, 학교, 연구소, 정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난관은 우리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한국이 세계 나노기술 강국의 1인자로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하동만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