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범식 목사(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8일 경기 화성시 정남면 문학리 ‘피플스 하우스’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웃고 있다. -화성=전영한기자
경기 화성시 정남면 문학리. 수십 개의 중소업체 공장 사이로 1층짜리 통나무집이 눈에 띈다. 18일 오후 4시가 되자 외국인들의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나이지리아, 인도, 파키스탄, 태국, 필리핀….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 시내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차를 마시며 얘기꽃을 피우던 이들은 예배를 보고 나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따라해 봐요, 사장님.”
“솨아 좌앙 니임.”
“안녕하세요.”
“안용하쎄요.”
한글 강좌가 열린 50평 규모의 통나무집은 ‘피플스 하우스’다. 화성시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교회, 선교단체, 봉사기관, 쉼터, 상담소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민범식 목사는 지난해 12월 피플스 하우스를 만들었다. 70년대 같은 회사에서 일한 김춘복 차병원 전무를 비롯해 백정석(러닝솔루션 대표) 강성훈(농심기획 국장) 이충구(서울 은광여고 교사) 송양자씨(자영업)가 민 목사와의 개인적 친분을 계기로 ‘운영 도우미’가 됐다.
화성은 2001년 3월 군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급속히 발전했으며 현재 이곳에 2300여개 업체에 7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등록돼 있다.
이 중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종업원 3∼50명의 소규모 3D업종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이들을 위한 쉼터가 없는 점을 안 민 목사가 피플스 하우스를 마련하게 된 것.
매주 일요일에 한글 영어 컴퓨터 공부는 물론 취업정보도 알려주고 신앙생활도 도와준다. 다음달에는 대한적십자사 의료진이 찾아와 진료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겨울 아프리카와 동남아 출신의 많은 근로자들이 추위에 떨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민 목사와 김씨는 근로자들의 고충을 듣고 겨울옷 수십 벌을 구해 나눠줬다.
3월에는 나이지리아 근로자가 다른 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과 결혼하자 사장에게 부탁해 조그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다.
백씨는 “처음에는 국적과 인종이 달라 거리감이 있었지만 6개월 이상 지내다 보니 형제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피플스 하우스의 활동이 알려지자 많은 단체와 교회가 돕기 시작했다. 깨끗이 닦은 신발, 시계, 컴퓨터, 과일 등 지원품이 늘었다. 성금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김씨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을 좋게 알리는 외교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