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출신의 이적(29·사진)이 복귀했다.
4월초 공익근무요원을 마친 그는 최근 새음반 ‘2적’을 냈다. 솔로 음반을 낸 것은 4년만이다. 이적과 김진표로 1995년 결성된 ‘패닉’은 세장의 정규 음반을 통해 ‘포스트 서태지’의 간판으로 손꼽혔던 그룹. 사회적 통념을 깨는 세련된 메시지와 파격적인 곡으로 주목받았다. 이적은 99년 솔로 음반을 낸 뒤 밴드 ‘긱스’ 활동을 거치며 음악적 내공을 쌓았다.
새음반 ‘2적’은 그 내공을 맘껏 펼친 작품이다. 작사 작곡 편곡 등 1인 다역을 한 그는 록 발라드 포크 라틴리듬을 세련되게 조화시켰다. 수록곡 ‘착시’는 웅장한 연주곡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적은 “곡들을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하게 만들려고 했다”며 “그동안 음악적 시야를 넓히려 애쓴 것도 새음반 제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발라드나, 국내 여느 발라드와 다르다. 힘있는 록 리듬이 감정의 파동을 자아낸다. 강력한 록비트와 아련한 하모니카를 조화시킨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노래다. 이적은 “구상 단계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그중에서 ‘유치함’을 걸러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어느날’은 ‘자우림’의 김윤아와 이적이 화답하는 듀엣곡. 그러나 노래는 이적의 표현대로 ‘엽기 듀엣곡’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싸늘하고 음산하다. 이적은 김윤아를 생각하고 이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음반은 이적이 쌓은 음악적 스펙트럼의 너비를 드러내고 있다.
‘서쪽 숲’은 40대가 들어도 거부감없는 포크이고 가사도 서정적이다. 분열된 자아에 대한 공포를 거친 펑크로 표현한 ‘그림자’는 ‘서쪽 숲’같은 노래와 크게 다르다. 이외에도 환각적 드럼과 베이스의 조화가 돋보이는 ‘몽상적’, 라틴 리듬을 변용해 상쾌한 드라이브 음악처럼 들리는 ‘바다를 찾아서’, 듣자마자 고독이 연상되는 ‘순례자’ 등이 그렇다.
새음반은 발매 일주일만에 2만여장이 나갔다. ‘패닉’시절에 비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요즘 가요계에서는 선명한 ‘청신호’다. 이적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CD 시대가 접어들고 있지만 나같은 뮤지션은 새 음악을 계속 내놓을 수 밖에 없다”며 “음반계의 새로운 수익모델이나 매체가 새등장할 때까지 상당기간 음반계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적은 7월 대형 콘서트를 펼치며 9월에는 학교로 복학(서울대 사회학과)할 예정이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