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19일 국세청에 수도권 및 충청권의 토지투기혐의자 3만4744명의 명단을 넘기고 ‘김포·파주 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투기 혐의자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잇단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는 부동산 투기 붐을 잡기 위한 조치다.
특히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준비된 신도시 건설이 오히려 상당수 부동산투자자들에게 큰 ‘호재’로 여겨지는 인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해진 예방조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부처간 조율 없이 부동산투기 방지책을 쏟아내고 있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은 건교부의 이번 조치와 별도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 말까지 대전과 충청지역의 부동산 거래자 600명과 부동산 중개법인 12곳을 대상으로 21일부터 60일 간에 걸쳐 정밀 세무조사를 진행키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국세청 조사는 아파트 분양권 중심이고 건교부는 토지를 중심으로 거래사실에 기초한 조사여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포·파주 투기조사는 어떻게 할까=이번에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된 수도권 및 충청권 투기혐의자 선정 기준과 동일하게 △2회 이상 △2000평 이상 △2∼3개월 내 △미등기로 사거나 판 사람 등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6개월 단위로 돼 있던 조사기간을 신도시 발표 한 달 전인 4월부터 올 6월까지로 좁혔다. 투기 단속의 효과를 높이고 국세청에 통보하는 일정을 가급적 앞당기기 위해서다.
▽수도권 및 충청권 2차 통보자의 특징=1차 때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지나치게 자주 땅을 산 경우다. 서울에 사는 60대 투자자 A씨는 작년 7월부터 올 3월 사이에 충남 태안 및 서산, 당진 일대와 인천 강화군 일대에서 논 밭 임야 24만여평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거래건수만 무려 34건으로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사들인 셈이다.
대형 물건만 노린 ‘큰손’ 투자자도 있다. 서울 사는 투자자 C씨(55)는 충북 충주시 논 밭 77만평을 23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미성년 투자자는 1차 때(3명)보다 크게 늘어 239명이었다. 특히 충남 보령에서 1만6000평 규모의 임야를 매입한 F군(서울)은 세 살배기에 지나지 않았다.
건교부는 이들이 모두 ‘부동산 투기자’란 뜻은 아니며 일부는 회사업무용 토지를 사기 위해 개인의 이름을 빌려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 국세청에 통보됐던 1차 투기혐의자와 마찬가지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상적인 투자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처리되나=일단 국세청은 이들의 직업과 연령, 소득수준을 확보한 뒤 되팔았다면 언제 팔았는지를 집중 조사한다.
여기서 투기혐의가 확인되면 양도세나 증여세를 제대로 냈는지를 다시 점검해 탈법 증여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액의 20∼30%를 추징한다. 또 악의적인 탈세혐의자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 9조(조세포탈)’에 따라 형사 고발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