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색조의 모시 조각을 이어 만든 식탁보’ ‘단아하면서도 실용적인 한복’ ‘고졸(古拙)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배어나는 다기(茶器)’ 등….
전통의 거리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명품 공예 브랜드가 뜬다.
인사동내 공예 점포 10곳은 최근 ‘핸드메이드 인사동’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들은 새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 21∼28일 한국공예문화진흥원(02-733-9040)에서 50여점의 공예품을 모아 전시회를 갖는다.
참여업체는 이 곳에서 꽤 알려진 곳들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한 ‘꼬세르’, 울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0년부터 매년 가을 찾아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한 ‘우리세계’, 개업 28년째를 맞은 인사동 생활 공예품가게의 효시격인 ‘리빙아츠’, 100여년 전통의 수공예품 전문 박람회인 영국 챌시크라프트페어에 참여해 호평을 받은 ‘아원공방’ 등이 참여했다.
또 인테리어에 맞는 고가구를 선보이는 ‘소들내’와 ‘민예사랑’, 생활한복과 소품을 다루는 ‘가람’, 보자기 쿠션 등 기능성 소품을 취급하는 ‘솝리’ , 다기 커피잔 등 독특한 생활자기를 보여준 ‘예당’, 목걸이 귀걸이 등 장신구가 전공인 ‘은과 나무’ 등도 자신만의 개성과 아이디어 상품을 파는 가게들이다. 물론 여기서 파는 물건들은 자체 보유한 공방에서 직접 만든 다.
지난해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에는 안국동 로터리부터 대일빌딩까지 300여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과거에는 화랑과 골동품 가게가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공예품 판매상점이 절반을 차지한다.
솝리 김지정 대표는 “일부이긴 하지만 국적불명의 상품을 전통 공예품으로 둔갑시키거나 조악한 공예품을 내놓아 인사동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며 “인사동의 대표적 문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10여개 상점 주인들이 2001년말부터 만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핸드메이드 인사동’ 업체들은 24일부터 열리는 인사동 축제와 서울시의 ‘하이 서울’ 행사에도 참여해 이벤트를 가질 예정이다.
우리세계 신용호 대표는 “일부 가게에선 ‘당신들 것만 좋은 제품이냐’며 반발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핸드메이드 인사동’ 상표는 인사동 상품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로 앞으로 독특하고 우수한 상품을 만드는 가게를 적극적으로 가입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예술성 뛰어나고 개성넘치는 수공예품과 고가구들을 취급하는 가게가 즐비하게 들어선 인사동을 만들고 싶은 것.
신대표는 말한다. “뉴욕 소호거리 가보셨나요. 거리 상점이 파는 물건만 봐도 관광객들이 뿌듯해 하는 그런 거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