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시승해 온 100여 종의 자동차 가운데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몇 년 전 탔던 클래식 카다.
1936년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모리스 8’이라는 차는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하던 분이 귀국하면서 들여온 차였다.
7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내오면서도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고 겉모습만 멀쩡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달리기’까지 가능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직접 몰아보면서 감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도 TV에 간간이 옛날을 배경으로 한 차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때 탔던 ‘모리스 8’이 떠오른다.
자동차는 만들어진 시대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반영한다. 옛날 차들을 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래된 자동차를 보존하는 것은 자동차에 대한 애착을 넘어서 역사를 보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50년 남짓한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 속에 등장하는 차들 중에 지금까지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
1955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국산차 시발(始發)은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다. 하지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차는 한 대도 없다.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차가 몇 대 있지만 당시의 사진을 토대로 만들어진 복제품에 불과하다. 뒤를 이어 등장한 초창기 국산차들 역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20년 넘은 차들은 거의 모두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제 국내 메이커도 세계 10대 메이저 자동차 회사의 대열에 진입했다. 어렵게 시작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이렇게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젊은 세대들이 과거의 자동차들을 되새겨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너무나도 아쉽다.
50년 뒤에는 세계적인 자동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우리의 차들을 당당히 후손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자동차 보존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모리스 8’을 탈 때의 즐거움을 후손들은 외국차가 아닌 국산차로 느끼도록 말이다.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 chryu@autonewskore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