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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시각장애인위해 송수신기 해설 '십이야' 20일 막올라

입력 | 2003-05-19 19:16:00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내 최초의 해설연극 ‘트랜스 십이야’를 무대에 올린 기획사 직원들이 포스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기자


“보이지 않는다고 대충 연기하면 큰일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내 최초의 해설연극 ‘트랜스 십이야(十二夜)’를 추진한 공연기획사 ‘펑키락’의 임선하 팀장(26·여)은 “시각장애인은 배우의 음성, 무대에서 울리는 소리, 거친 호흡, 땀 냄새 등을 통해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해설연극’이 기획된 것은 3개월 전. 임 팀장이 친구로부터 “영국에는 송수신기를 통해 배우의 동작과 줄거리를 전해주는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것.

기획사 사장과 동료들도 그의 아이디어에 적극 찬성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도움을 얻어 점자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송수신기도 마련했다. 마침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230여명의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맞아 첫 공연을 가졌다.

그는 “2층에서 어린 관객들을 내려다볼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비장애인보다 더 많이 웃고, 더 예민하게 반응했기 때문. 임 팀장은 이때 “이들이 진정으로 공연에 공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관객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자는 줄 알았다”며 “알고 보니 더 잘 듣기 위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웃었다.

첫 공연이어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송수신기를 사용하면 세세한 부분까지 전달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공연을 관람한 어린이들은 “송수신기의 주파수를 잘못 건드릴까봐 불안해서 편하게 즐기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던 것. 계단이 많은 공연장 구조와 서툰 안내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임 팀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배려했지만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공연을 거듭할 때마다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해설공연은 20일 오후 7시 반 혜화동 창조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시각장애인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임 팀장은 “해설 연극 이외의 보통 공연도 장애인은 50% 할인할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