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 ‘도그빌’은 황금종려상의 유력 후보작. 이 영화의 주연인 니콜 키드먼에 대한 칸의 반응은 뜨거웠다.
19일 오전(현지시간) ‘도그빌’ 출연진의 포토콜이 열린 뤼미에르 대극장 앞에는 1000여명의 영화 팬이 모여들어 “니콜!”을 연호했고 공식 기자회견장은 외신기자들로 붐볐다. 치열한 취재경쟁이 벌어졌던 '매트릭스 2 리로디드'의 기자회견 때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많았다.
니콜 키드먼이 칸에 온 것은 이번이 4번째. 그러나 경쟁작의 여주인공 자격으로 칸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키드먼이 다소 긴장되는 듯 기자회견장에서 담배를 피워물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니콜, 우리 담배 안 피우기로 약속했잖아”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19일 영화 ‘도그빌’의 상영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니콜 키드먼. AP 연합
영화 ‘도그빌’은 1930년대 미국 록키 산맥의 오지 ‘도그빌’에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라는 여인이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니콜 키드먼을 포함한 15명의 배우들이 6주 동안 연극무대 위에서 연기한 것을 카메라에 담은 실험적 형식의 작품.
“2년전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리에 감독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몇 달 뒤 그가 ‘당신을 위해 썼다’며 시나리오를 보내왔다. 당시 (남편 톰 크루즈와 이혼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했는데 그가 6개월동안 나를 설득했다.”
니콜 키드먼은 ‘디 아워스’로 올해 베를린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 때 톰 크루즈의 아내로 더 유명했던 키드먼은 이제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할리우드 정상의 여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나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작품을 고르지 않는다. ‘커리어’라는 말에는 너무 상업적 냄새가 난다. 나는 그저 예술적 본능을 따라갈 뿐이다. 결국 영웅이 승리한다는, 뻔한 내용의 상업 영화는 재미없다. 나는 내게 도전이라고 느껴지는 작품을 하고 싶다. 만약 누군가를 또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그런 도전이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그는 특히 ‘디 아워스’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혼 이후 스스로를 고립시켰는데, ‘디 아워스’는 나를 다시금 연기의 세계로 인도했다. ‘도그빌’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디 아워스’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 트롤하탄에서 촬영됐다. 키드먼은 “연기하는 것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데 이번 영화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그빌’은 트리에 감독이 미국을 배경으로 계획한 3부작 중 첫 번째다. 키드먼이 “라스 폰 트리에가 펼치는 창조적 예술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말하자 트리에는 “그러면 나머지 두 편에도 모두 출연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약속하라”고 화답하는 등 두 사람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칸=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