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진영
올해 프로야구 최대 이변 두 가지를 꼽으면 첫째는 두산의 꼴찌추락이고 둘째는 SK 이진영(23·사진)의 타격선두.
좌타자 이진영은 지난해 팀 내에서 유일하게 3할 타율(0.308)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올해처럼 정교한 타격을 보여주리라곤 아무도 예상 못했다.
시즌 초부터 4할대에 가까운 불방망이를 휘두르더니 19일 현재 타율 0.383(115타수 44안타)으로 당당히 타격랭킹 1위. 최다안타(44개·4위)와 출루율(0.450·2위)에서도 상위랭킹에 이름을 내밀고 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99년 쌍방울에 입단한 이진영은 고교시절 청소년대표로 뛰며 빼어난 타격재질을 선보인 유망주.
하지만 프로적응에 시간이 걸렸고 팀까지 약해 그동안 돋보이질 못했다.
그러나 ‘주머니속의 송곳’은 튀어나오는 법. 지난해 데뷔 첫 3할에 오르며 자신감을 찾더니 올해는 프로원년인 82년 MBC청룡의 백인천 감독겸 선수(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가 달성한 유일한 4할타율(0.412)에 도전하고 있다.
백 감독 이후 가장 좋았던 타율은 94년 해태(현 기아) 이종범이 기록한 0.393.
팀에서 3번을 맡고 있는 이진영은 뛰어난 타격센스에 빠른 발까지 갖춰 상대투수에겐 그야말로 ‘골칫덩이’다.
그가 올해 기록한 안타 중 무려 14개(32%)가 내야안타. 안타 10개중 3개가 내야안타인 셈으로 빠른 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때문에 그에겐 좀처럼 슬럼프가 찾아오질 않는다.
타격이 안 좋을 때는 번트안타로 타율관리를 한다. 내야안타 14개중 절반인 7개가 번트안타. 이 부문의 귀재인 정수근(3개)을 훨씬 능가한다.
이진영이 시즌 내내 지금처럼 4할 대 가까운 타격페이스를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비장의 무기’는 확실히 가지고 있는 셈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