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선 ‘후드 리치(hood rich)’라는 새로운 속어가 생겼답니다. 흑인 힙합(hiphop) 듀오가 작년에 내놓은 앨범의 이름이면서 여기에 수록된 ‘스틸 플라이(Still Fly)’에 나오는 가사이기도 하죠. 의미는 도입부만 봐도 금세 알 수 있죠.
“악어 부츠에 매력적인 구치 셔츠를 입고, 직업은 없지만 멋지게 보이지. 돈을 다 써버려서 집세를 낼 수 없지만 상관없네…. 나는 ‘후드리치’이니까(I'm hood rich).”
궁핍하더라도 비싼 차를 몰고,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아 멋있게 보이는 것의 의미가 ‘후드 리치’인 셈입니다.
최근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는 “노래일 뿐이지만 문제는 노랫말이 미국 흑인 청년들의 실태를 보여준다는 점”이라며 “교외나 슬럼가의 수많은 청년들이 노래의 가사처럼 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젊은 청년들의 분수에 넘치는 생활은 미래를 위한 저축도 소홀하게 만듭니다. 백인의 71%가 노후대비를 하고 있지만 흑인은 59%에 불과합니다.
물론 과시소비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죠. 뽐내기에 들어간 비용보다 만족이 더 크다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시소비는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기 마련입니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한 유명 사립대학생이 도둑으로 전락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경제학과 3학년인 S씨는 군인인 아버지로부터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잘못된 이사’에서 일이 꼬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지방에서 올라 온 뒤 서울의 강남 학교에서 돈을 펑펑 쓰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것이죠. 대학에 들어가서는 고급차에 외국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들과 씀씀이가 더욱 벌어집니다. 친구들처럼 ‘멋지게’ 보이고 싶었던 S씨는 마침내 친구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훔치고, 여자친구의 집을 털고, 결국 ‘정식’으로 병원 문을 뜯고 들어가는 등 점점 바늘도둑에서 소도둑이 됩니다. 뒤늦게 ‘부끄럽다’고 후회했지만 너무 늦었지요.
과시소비는 절제력을 잃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섭니다. 자녀를 돌아보세요. 잘못된 소비의 늪으로 빠질 위험이 있지는 않은지.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