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23주년 기념행사 방해 사태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종전의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정재욱 의장(연세대 총학생회장) 등 지도부가 모여 대책을 논의한 한총련은 향후 입장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하지만 한총련 내부에서는 대정부 강경론이 적극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총련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한총련의 입장을 담은 편지를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다 20일 돌연 취소했다. 대신 기자들에게 편지를 배포했다. 한총련은 전달 방식을 바꾼 이유에 대해 “신변위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통일연대 등 "盧, 이회창씨보다 나쁜사람"
정 의장도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상황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경찰에 직접 출두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으나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한총련 우대식 대변인(경희대 총학생회장)은 “체포 영장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조사를 받으러 갈 수는 없다”며 “사실 관계는 굳이 출두하지 않더라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출두 혹은 체포될 경우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알릴 수 없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먼저 형사처벌 ‘면제’를 받아내기 위한 강공론이 다시 힘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총련은 노 대통령의 이번 사건 관련 발언과 방미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우며 공세를 재개하고 있다. 정 의장은 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더운 날씨에도 때 아닌 서슬 푸른 대량 검거령으로 5월의 대학가가 얼어붙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도 “(노 대통령의) 대미 저자세 외교 규탄은 규탄이고, 합법화는 합법화”라며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잘못된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총련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1주기를 맞는 다음 달 13일을 기점으로 반미·반전 운동을 본격 전개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한총련 허환희 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여중생 1주기 행사를 계기로 각계에서 반미 운동을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한총련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원회 강위원 집행국장은 이날 “5·18행사와 관련해 한총련 지도부와 남총련(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간에 생각이 달랐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의 ‘엇박자’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양측이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한총련은 정부의 대응을 봐서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