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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생각에는…]중1첫시험 "이제 경쟁 시작인가"

입력 | 2003-05-20 20:33:00


중1, 시험은 끝났다. 보통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치러진 중학 1년생들의 중간고사는 초등학교 시험이 폐지된 이후 처음으로 교과목에 대한 실력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미지 상태였던 우리 아이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뚜껑’이 열리는 동안 엄마들도 새로운 체험을 했다.

우리 큰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5월 초 사흘간 중간고사를 치렀다. 시험 첫날 큰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내가 한 일은 큰아이 친구들 집에 전화하기. 나만 이런 줄 알았더니 다른 아이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이 집 저 집 아는 집에 전화 순례를 돌고 나면 그날 시험 결과의 윤곽이 드러난다. 어느 반 누구는 시험 첫날 ‘올백’을 맞았다는 소리에 부럽기도 하고, 우리 아이도 그런 대로 잘 봤구나 안심을 하거나 혹은 열을 받거나 한다.

우리 아이 학교는 남녀공학인데, 역시 듣던 대로 최상위권에서는 여자아이들이 강세였다.

아이들도 시험 첫날 첫 시간 무척 긴장했다고들 한다.

첫날 첫 시험 과목이 한문이었다. 중 1의 1학기 중간고사는 아이들이 처음 치르는 종합시험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출제된다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반응은 “무지 어려웠다”였다. 우리 아이도 한문에서 몇 문제를 틀리고서 “안 배운 한자가 나왔어!”하고 투덜댔는데, 알고 보니 교과서 내용 중 주석으로 설명한 한자는 ‘당연히’ 안 외운 것이 실수였다. 시험경험이 없다 보니 이렇게 실수를 연발하는 아이들이 많았나 보다.

잘 치렀든 못 치렀든 시험이 끝나고 나자 요즘 아이들은 뒤풀이도 확실했다.

아이들끼리 영화를 보러 가거나, 노래방행 혹은 놀이공원행 등 스케줄이 잡혀있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난 날은 학교 선생님들이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아이들을 단속하려고 학교 근처 노래방을 ‘순찰’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둘과 점심을 같이 먹고 영화를 봤다. 나를 비롯해 엄마 셋도 아이들과 점심자리를 함께 했다. 사실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 엄마들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심이 있기 마련인데 시험이 끝나자 그런 경계심이 느슨해져서 서로 조금은 편안한 입장이 되어 있었다.

점심 먹던 중 아이 친구 엄마 한 명이 나에게 털어놓은 말. “며칠 전 밤 12시가 넘었는데 그 집 아이 방에 불이 켜져 있데요. 그래서 우리 아이한테 너만 늦게까지 공부한다고 억울해하지 말라고 했죠.” 나도 솔직해지기로 했다. “미 투(Me, too)!”

서울의 주거형태가 주로 아파트다 보니 이렇게 ‘경쟁자’ 방에 불이 언제 꺼지나 쉽게 알 수 있다. 시험이 끝난 요즘도 자꾸만 건너편 아파트의 아이 친구 녀석 집 쪽으로 자꾸 고개가 돌아가려고 한다. 기말고사가 있으니까. 에그, 나도 이제 그만해야 하는데….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