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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매트릭스2: 리로디드'…인류 구원자의 무한액션

입력 | 2003-05-22 17:45:00

전편에 비해 볼 거리는 늘었지만 생각의 깊이는 얕아진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내가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첫 부분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던지는 이 말처럼 관객들도 ‘매트릭스가 속편에서 보여줄 게 무엇인가’를 4년 동안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대에 걸맞게 이 영화는 북미 지역 개봉 첫 주말(16∼18일)에 9320만달러(1118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려 2002년 5월 ‘스파이더 맨’(1억1048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개봉 첫날인 15일 기록한 4250만달러(510억원)까지 합치면 나흘만에 제작비 3억달러(3600억원)의 절반 가량을 벌어들인 셈이다.

1편에서는 ‘매트릭스의 실체’를 깨달은 네오가 인류를 구원할 ‘그 사람’(The One)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같은 줄거리에 견주어 2편은 네오가 펼칠 인류 구원의 활약상이 될 것이라는 게 관객들의 기대였다. 그러나 2편은 네오가 “왜 자신이 선택됐는가”라는 의문을 쫓는 먼 여정에 그쳤다.

이야기는 인간을 공격하는 기계 ‘센티넬’에게 실제 인간들이 건설한 도시 ‘시온’이 발각되면서 인류 종말의 위기가 닥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네오는 시온을 구하기 위해 인류 저항군 모피어스(로런스 피시번)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와 다시 ‘매트릭스’ 안으로 뛰어 든다. 그 안에서 네오는 ‘매트릭스’의 창조자를 만나 자신이 선택된 이유를 알게 된다.

1편에 이어 2편도 프랑스 철학자 보들리야르의 ‘시뮬라시옹’(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아 실재와 가상이 혼란스러워진 상황) 이론과 ‘메시아가 나타나 인류를 구원한다’는 성서적 계시가 이야기의 토대다. 그러나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포괄하며 인간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졌던 1편에 비해 2편은 그 질문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미 전편에서 ‘블록버스터의 볼거리’와 ‘지적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충족시켰기 때문일까. 2편은 후자보다 전자에 치중했다. 미국 알라메다 해군 기지에 3.2km의 고속도로를 건설한 뒤 협찬받은 GM자동차 200여대를 동원해 찍은 14분짜리 추격 장면이나 네오가 100명으로 복제된 에이전트 스미스(휴고 위빙)와 벌이는 격투 장면 등이 볼거리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도 1편에서 ‘불릿 타임’(Bullet Time·등장인물 주변에 120대의 스틸카메라를 배치해 동시 촬영한 뒤 연속 편집하는 기술. 네오가 허리를 젖혀 총알을 피하던 장면에 쓰였다) 기법이 보여준 신선한 충격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론 영화 마지막에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있는데다 곧 이어 ‘결말은 다음 편에(To Be Concluded)’라며 ‘불친절하게’ 영화를 마무리하고 있어 다시 3편(11월 개봉)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끝인 3부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점이 2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하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