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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애니메이션]'니모를 찾아서'…잠수부 잡혀간 아들 찾아 삼만리

입력 | 2003-05-22 17:58:00


픽사 스튜디오가 만들면 뭐가 달라도 다르다. ‘토이 스토리’ 1,2편,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우뚝 선 픽사 스튜디오가 다섯 번째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를 내놓았다.

6월6일 국내 개봉될 ‘니모를 찾아서’는 잠수부에게 납치된 아들 물고기를 되찾기 위해 소심한 물고기 아빠가 겪는 해저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 아빠와 아이가 함께 보면 좋을 가족 영화다. 성인들이 보아도 전혀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호주 동북부 산호초 지대에 사는 클라운 피쉬 말린은 상어의 급작스런 습격으로 아내와 수많은 알들을 다 잃고, 달랑 하나 남은 알에서 태어난 아들 니모를 혼자 키운다. 지느러미도 비대칭인 니모가 행여 다칠세라 말린의 잔소리는 그칠 새가 없다.

니모가 처음 학교에 등교하던 날, 말린은 학교까지 따라가며 잔소리를 해대고 그런 아빠에게 반발심이 생긴 니모는 ‘반항’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잠수부에게 납치 된다. 말린은 시드니의 한 치과 병원 수족관에 갇힌 아들 니모를 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여행에 뛰어든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봐 노심초사하다가 등교 첫날 아들이 유괴를 당하는 일을 겪는 말린의 경험담은 대도시의 핵가족 부모가 한번쯤 상상해보았을 악몽과도 같다. ‘니모를 찾아서’는 이 악몽을 슬쩍 뒤집어, 소심한 물고기 말린이 대양을 여행하며 상어와 거북 해파리 고래를 만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바꿔 들려준다. 말린이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면서 아들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듯, 아이의 성장 이전에 부모가 성장해야 하며 실수까지 포함해 부모가 믿어주는 만큼 아이들은 자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화가 교훈적이면서도 고루하지 않은 이유는 풍부한 유머 때문이다. 말린과 동행하는 블루탱 물고기 도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리가 위험천만한 일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웃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여성 코미디언 엘렌 드제너러스의 목소리 연기도 도리의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 다정한 채식주의 상어로 거듭나기 위해 ‘성격개조 5단계 프로그램’ 훈련을 받는 상어 트리오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웃음을 참기 어렵다. 빛 부양물 물결 어둠 등 해저 환경을 이루는 요소와 물고기의 동작을 치밀하게 분석해 그려낸 해저 세계의 색채도 감탄을 자아낸다. 물고기의 정교한 동작에 비해 치과 병원 사람들의 생김새와 동작은 투박한 편이지만, 물고기가 주인공인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큰 흠도 아니다.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 것. 서둘러 일어섰다가는 귀여운 물고기들의 마지막 인사를 놓친다. 전체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니모를 찾아서' 감독 앤드류 스탠튼▼

‘니모를 찾아서’의 앤드류 스탠튼 감독(사진)은 픽사 스튜디오가 만든 모든 애니메이션에 공동 작가로 참여했다. 1996년 ‘토이 스토리’의 시나리오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벅스 라이프’(1998년)의 공동 감독을 맡았다.

‘니모를 찾아서’의 토대는 스탠튼 감독의 체험. 다섯살배기 아들과 공원에 갔을 때 늘 일에 쫓겨 놀아주지 못한 죄의식 때문에 속으로는 ‘보고 싶었어’를 외치면서도 아들에게는 “저건 만지지 마” “그러다 떨어져”하며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넌 아들과 지내는 이 소중한 시간을 완전히 망치고 있어.’ 이 경험이 ‘니모를 찾아서’의 모태가 됐다. 겁이 많아 부모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아빠를 거친 바다로 밀어 넣고 평생 피하고 싶었던 위험과 부딪히도록 만든 것.

앤드류 스탠튼은 이 영화에서 “아이들이 다 컸는지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 말린에게 “자기들이 스스로 컸다고 느끼면 다 큰거야”라고 대답하던, 용기있는 아빠 바다 거북의 목소리를 직접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