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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공개전 12개기업 임원들 주식매매

입력 | 2003-05-22 18:09:00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인 대덕GDS는 15일 1·4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 줄었다. 이날 주가는 반짝 올랐지만 이후 이틀 만에 약 10% 급락했다. 종합주가지수 하락폭인 3%를 크게 웃돈 것. 일부 증권사에서는 2·4분기 실적이 더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4월 9일∼5월 6일 주가가 1만18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오르는 사이 10만주를 시장에서 팔았다. 회사는 “원-달러환율이 떨어지면서(원화강세) 실적이 일시적으로 나빠진 것이며 실적과 지분 매도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기업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임원들이 자사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주요 정보를 먼저 알 수 있는 ‘내부자’이기 때문.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 12개 기업은 1·4분기 실적 발표 전인 4, 5월에 임원이 주식을 매매했다고 공시했다.

▽어떤 기업의 임원이 거래했나=현대자동차는 13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1·4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은 6% 늘었지만 순이익은 28% 줄었다. 기대보다는 좋은 실적이었지만 주가하락률은 주가지수 하락폭을 웃도는 3.1%. 이 회사의 A임원도 9∼12일 보유하던 2980주를 평균 2만9300원선에 모두 팔았다. 주가는 실적발표 후 약세를 보여 21일까지 평균 2만8275원에 머물고 있다.

INI스틸의 한 임원은 4월 1일 4700주를 주당 4500원에 사들였지만 1·4분기 영업이익이 106%나 급증하면서 주가는 21일 5800원으로 한 달여 만에 28% 올랐다. 회사는 “기업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LG카드의 임원 대주주 등 특수 관계인들은 ‘카드채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끊임없이 지분을 팔고 있다. 4월 27일∼5월 7일 주가가 반등하는 틈을 타 전체 주식의 2.68%인 198만주를 처분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해당 기업들은 “실적을 미리 알아서가 아니라 개인적 사정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LG화학과 LG석유화학은 “올해부터 상여금을 주식으로 받게 돼 이전에 보유한 주식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의 경우는 △실적이 좋아졌는데도 주식을 팔아 손해를 봤고 △매매 규모가 크지 않거나 보유 주식의 극히 일부만 거래하는 등 내부정보를 활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증권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본부장은 “자사주 매입 발표로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수급적 측면뿐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잘 아는 사람들이 현재 주가를 싸다고 본다’는 사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싸다고 판단하면 팔지 않는다는 것.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김정수 차장은 “미국의 증권거래법은 내부자들의 거래를 엄하게 처벌한다”며 “임원은 미공개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인만큼 불가피한 경우라도 실적이 공개된 이후 매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