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복원사업은 당장 오늘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청계천 복개도로 밑 현장에 다녀온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독일 베를린에서 콘크리트 감리 현장감독까지 해 본 필자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늦추자는 주장이다.
교각이 각목 위에 얹혀 있고 상판보는 녹슬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철근 위에 걸쳐져 있다. 벌겋게 부식된 철근을 군데군데 모르타르로 땜질한 것이 다시 떨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임시 보수공사로 계속 기간을 연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더구나 우리는 성수대교가 끊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겪지 않았던가.
필자는 1974년 베를린에서 개통도 하지 않은 새 다리를 철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준공검사 결과 20여년밖에 못 쓴다고 해 재시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에 비하면 청계천 복개도로나 고가도로는 보수해서 사용할 수준이 아니다. 청계천 고가도로는 안전진단 결과 이미 지난해 말부터 2년 이상 교통을 차단하고 보수공사를 해야 했다. 복개도로까지 보수하려면 4년 이상 그 주변을 차단해야 한다.
청계천 주변 환경도 마찬가지다. 서울 4대문 안 기온은 사시사철 높다. 특히 여름철 낮 동안 데워진 고가도로와 복개도로에서 발산되는 열은 열대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 환경복원 녹화 기술학회’의 한 전문가는 청계천이 복원되면 주변 50m 이내 지역에 4도 이상의 기온 하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청계천 주변이 4대문 안에서 가장 쾌적한 주거지역으로 변모할 것이며, 그 영향은 모든 청계천 수계로 확대될 것이다.
7월로 예정된 착공이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많지만, 사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수년 전부터 관련 연구가 이뤄져 왔다.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기본계획이 이런 연구들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또한 각계 전문가들과 시민들로 구성된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총 6개 분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시민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서울시에 건의하고 있다. 공사 시작 뒤에도 언제든지 수정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한 교통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베를린의 사례는 여기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당시 베를린은 복잡한 쿠담 왕복 4차로를 버스 전용차로로 바꿨다. 당시 정권이 교체될 정도로 반발이 심했지만, 이제는 독일인 대부분이 버스전용차로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교통관련 통계는 복잡한 도심 도로를 1% 줄이면 그에 대한 갖가지 대안이 생겨나 당장은 0.3%, 장기적으로는 0.7%의 교통적체 해소 효과가 있음을 보여 준다. 영국 런던도 도심의 도로는 대부분 일방통행로이며, 도심의 자동차 보유자들은 비싼 이용료를 내고 있다. 편리하고 쾌적한 도심을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시민들의 이해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문 환경복원사업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개발시대의 잘못을 깨닫고 친환경적인 도시건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싶다. 시민의 안전과 복원 후 얻게 될 환경적 효용을 생각해서도 청계천 복원은 이미 시작했어야 할 사업이다.
정동양 한국교원대 교수·하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