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시중 자금이 이 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非)투기과열지구와 주상복합아파트로 몰려 청약과열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LG건설은 비투기과열지구인 경기 양주에서 아파트 ‘LG 양주 자이’의 청약 신청을 받은 결과 2864가구 모집에 2만8553가구가 몰려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고 22일 밝혔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0 대 1.
청약 신청자 가운데 양주에 거주하는 사람은 2%(490명)에 불과했고 수도권 거주자가 98%(2만8063명)를 차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비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기 때문에 이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수도권 투자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권 전매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주상복합아파트도 청약과열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분양된 ‘잠실 월드메르디앙’은 92가구 모집에 4464명이 몰려 평균 4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또 최근 서울 마포에서 분양된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의 ‘마포 트라팰리스’도 이틀 만에 계약률 100%를 달성하는 등 투자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현재 시중에 부동(浮動) 자금이 넘쳐나는 데다 아파트에 투기억제대책이 집중되고 있어 주상복합 등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며 “시장 전반에 대한 부동산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