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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먼데이]서울토박이회 '서울 사랑'

입력 | 2003-05-25 18:00:00

24일 청계고가 시작 지점인 서울 중구 장교동에서 청계천 복원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는 ‘서울토박이회’ 회원들. 왼쪽부터 임기완 김창훈 김동석 김인동 노명수 김좌수씨. -박주일기자


“서울의 역사 문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저희 토박이들이 이제부터 청계천을 살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조상 대대로 서울에 살아온 사람들의 모임인 ‘서울토박이회’. 24일 오후 서울 덕수궁에서 만난 60대 회원 6명의 서울 자랑은 그칠 줄 몰랐다. 김인동(金寅東·서울시 의정회 사무총장)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서울 토박이들은 원래 예의가 바르고 염치를 중시합니다.”

김창훈(金昌勳·우성실업 회장), 임기완(林基完·세방기획 대표) 부회장의 화답이 이어졌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올곧게 살아가죠. 그래서 남들이 깍쟁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인정이 많습니다.”

“그럼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 서울입니다. 인정이 넘치지 않고선 그게 불가능하죠.”

서울토박이회는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해 결성됐다. 회원은 1만4500여명. 수필가인 피천득(皮千得)씨와 아동문학가 윤석중(尹石重)씨도 회원이다.

초대 회장을 지낸 김동석(金東奭·홍익대 명예교수)씨는 “서울 토박이들에게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자랑했다.

그의 말대로 토박이회는 그동안 과거시험, 이성계 한양 입성, 수표교 다리 밟기 등의 전통 행사를 재현해 왔다. 또 토박이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발굴해 1360여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무상 기증했다.

김 회장은 “올해도 210점을 기증할 계획인데 이것만 봐도 서울 토박이들은 깍쟁이가 아니다”면서 껄껄 웃었다.

토박이회의 요즘 관심사는 청계천 복원. 23일엔 ‘청계천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회장은 “서울이 600년 도읍에 걸맞은 도시가 되려면 청계천 복원을 통해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계천 얘기가 나오자 이구동성으로 “청계고가에 가서 말하자”고 했다. 청계2가에 이르자 청계천에 대한 추억담이 쏟아져 나왔다.

노명수(盧明洙·대우섬유 회장) 부회장은 “어릴 때 청계천에서 고기 잡으면서 놀았다. 복원되면 매일 청계천에 나가 그때를 회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회원 김좌수(金左洙·안중근 의사 숭모회 자문위원)씨는 “복개 전엔 정월 대보름날 다리밟기도 했는데 이것까지 복원한다고 하니 청계천이 관광명소가 될 것 같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청계천 복원을 위해 공사기간에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