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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먼데이]전교생 의형제-의자매 맺은 상지초등교

입력 | 2003-05-25 20:46:00


“다른 친구들처럼 목욕탕에 함께 갈 수 있는 귀여운 동생이 생겨 너무 좋아요.”

“어려운 숙제도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믿음직한 형이 있어 든든해요.”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상지초등학교 학생 1589명은 모두 형제자매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이문기 교장(56)이 전교생을 의형제나 의자매로 맺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가 60여명이나 되는 등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또 전체 학부모의 30% 정도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형제가 없는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돌아가도 함께 시간을 보낼 상대가 없다.

이 교장은 4월 12일 결연 행사를 갖고 1학년생은 4학년, 2학년생은 5학년, 3학년생은 6학년인 형이나 언니들이 돌보게 했다.

4∼6학년생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에서 동생들에게 읽을만한 책을 찾아준다. 방과 후에는 동생의 교실에서 숙제나 청소를 돕고 있다.

학교는 의형제끼리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고민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교정에 심은 600여 그루의 나무를 ‘형제나무’로 지정하고 의형제를 맺은 형과 동생의 이름표를 달아 함께 가꾸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회장인 6학년 서원재군(12)은 “친동생이 없는 친구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전교생이 의형제를 맺은 뒤 다투는 일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봄 운동회가 개최된 1일 이 학교 운동장에서는 형과 언니들이 장난감과 책, 옷 등을 동생들에게 물려주는 ‘의형제 알뜰 물림방’이 열렸다. 학교 측은 매년 상 하반기에 이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교사들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그동안 학생들이 주고받은 편지와 일기 등을 묶어 문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또 가정에 공부방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9월부터 ‘의형제 학습방’을 운영하기로 했다. 돈독한 우애를 나눈 학생에게는 ‘으뜸 의형제상’을 줄 방침이다.

이 교장은 “의형제의 근황과 자랑거리 등을 소개하는 ‘형제일보’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내년에는 의남매도 맺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