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의 환상적인 플레이는 관중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47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한 주세혁(23·상무)을 이렇게 소개했다. ITTF는 ‘주세혁의 커팅기술에서 나오는 백스핀은 세계최고 수준이며 포핸드 드라이브 탑스핀의 위력도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수권대회 전까지만 해도 세계랭킹 61위, 국내에서도 랭킹 5,6위권에 머물던 주세혁이 세계 남자탁구 2인자가 된 원동력이 바로 ‘수비’다.
최근 세계 남자탁구는 속전속결의 공격수가 득세하고 있다. 한국대표팀만 해도 김택수(KT&G)와 유승민(삼성카드)이 펜홀더형의 공격수이며 오상은(상무)도 셰이크핸드형이지만 공격이 강한 선수.
이에 비해 주세혁은 오른손 셰이크핸드형으로 수비를 위주로 하는 스타일. 그의 백커트는네트를 살짝 넘길 정도로 짧아 상대 선수가 드라이브로 공격을 하기가 힘든데다 스핀이 걸리기 때문에 상대도 커트로 받아 넘길 수 밖에 없어 주세혁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된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연속으로 50번 백커트하는 훈련 등 수비 기술을 완성시키는데 훈련의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8강전에서 세계 최강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세계랭킹 2위의 마린(중국)이 주세혁의 끈질긴 커트 수비와 틈을 노린 포어핸드 드라이브에 무너진 것도 바로 뜻밖의 전문 수비수를 만났기 때문.
주세혁은 “수비에 다양한 공격기술과 서브를 접목하면 세계정상 등극도 어렵지 않다”며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주세혁 랭킹 22위… 39계단 껑충
주세혁의 ITTF(국제탁구연맹) 랭킹이 61위에서 39계단 상승한 22위로 껑충 뛰었다.
ITTF는 26일 인터넷 홈페이지(www.ittf.com)를 통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제47회 세계선수권대회(파리)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주세혁의 랭킹을 대폭 상향조정했다.
남자복식 동메달을 일군 오상은은 종전 13위에서 2계단 올라, 1계단 상승한 유승민과 공동 1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위였던 김택수는 19위로 10위권에 진입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이철승(삼성카드)은 38위에서 43위로 떨어졌다.
여자는 단식 16강에 올랐던 김경아(현대백화점)가 17위에서 13위로 4계단 올라서며 순위 변화가 없었던 유지혜(삼성카드·16위)를 제치고 국내 톱랭커가 됐다.
한편 이번 대회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베르너 쉴라거(오스트리아)는 6위에서 단숨에 톱랭커로 등극했고 종전 1위 티모 볼(독일)은 단식 64강 탈락 부진으로 2위 마린(중국)에 이은 3위로 내려앉았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