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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 이종배사장 "법정관리 회사 일으키자" 마라톤 붐 조성

입력 | 2003-05-26 18:11:00


법정관리 중인 일화를 이끄는 이종배(李鍾培·59·사진) 대표이사 사장. 이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마라톤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3월 열린 2003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해 42.195km의 풀코스를 3시간33분 20초에 완주하고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겨울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머리에 손전등을 매달고 집 뒷산을 내달린 결과다.

그의 ‘마라톤 경영’은 법정관리 상태인 일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99년 법정관리인으로 부임한 그는 회사 내에 마라톤 붐을 일으켜 전 직원 500여명 가운데 350여명이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마라톤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처음 부임했을 때 직원 절반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고 월급 대신 음료수를 줄 정도로 회사가 어려웠습니다. 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으로 마라톤을 떠올렸습니다.”

그가 직접 나서서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자 직원들도 하나둘 뛰기 시작했다. 마라톤대회마다 일화 유니폼을 입은 ‘마라톤 홍보단’이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6주 연속 이 회장과 직원들이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 정도. 경쟁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광고홍보비를 보완하려면 직원들이 발로 뛸 수밖에 없다는 것.

직원들이 똘똘 뭉치면서 회사도 살아났다. 지난해 매출액 94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1998년 매출액은 520억원이었다.

매일 아침 뛰면서 그날 할일을 정리하고 마라톤으로 맺어진 직원 이름과 완주기록을 줄줄 외우는 그는 법정관리인에 연임될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는 “내년에는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하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사하라마라톤대회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