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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325…아메 아메 후레 후레 (1)

입력 | 2003-05-26 18:50:00


아메 아메 후레 후레 카아상가 쟈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비야 비야 내려라 엄마가 지우산 들고 마중 나오네 신난다 포롱포롱 참방참방 랄랄라)

강가에서 세 소녀가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다. 고무줄이 지금은 쿄쥰(京順)의 무릎 높이다. 치맛자락은 뒤집히지 않도록 속바지 고무줄에 끼어 있는데, 노랫소리에 맞춰 단발머리가 찰랑찰랑 하늘을 난다. 뛰고 있던 에이코(英子)가 다리가 엉켜 고무줄에 걸리는 바람에 무릎을 꿇고 고무줄을 잡고 있던 케이코(惠子)와 교대한다.

“와 그라노 니? 아직 그래 안 높은 데 다 걸리고.” 쿄쥰이 말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 에이코가 검정 고무줄 끝을 꽉 잡았다.

“무슨 소리고, 갑자기.” 쿄쥰이 허풍스럽게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 누고 누고? 누고?” 케이코가 고무줄을 다리에 걸고 숨이 넘어가게 물었다.

“알았다, 대나무 반(竹組) 다카히데(孝秀)재? 앗, 맞나? 에이코 니 다카히데 앞 지나갈 때마다 고개 푹 숙이고 간다 아이가” 쿄쥰이 말했다.

“설마, 기노시타 다카히데일 리가 있나! 싫어서 고개 숙이고 가는 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에이코는 케이코의 귀에다 얼른 입을 갖다대고 속삭였다.

“뭐라꼬? 어른 아이가.”

“네 살 위다. 마침 딱 좋다.”

“너거들끼리 무슨 말이고? 좀 가르쳐 두가.”

케이코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쿄쥰에게 귓속말을 했다.

“뭐?”

“시집은 우근(雨根)씨 같은 사람한테 갔으면 좋겠다.” 에이코는 고무줄을 잡은 손을 덜렁덜렁거리며 강가의 돌멩이를 고무신 바닥으로 돌돌 굴렸다.

“니 같은 게 우째 그런 데 시집을 갈 수 있겠노. 우근씨는 부산 초량 상고에 다닌다. 좋은 집안에서 좋은 색싯감 데려올 끼다”

“그래도 한눈에 반하는 수도 있다 아이가?”

“누구한테 말이가?”

“그야 물론 나재.”

“꺅!” 쿄쥰과 케이코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둘이 보고 있는 종남산 쪽으로 눈길을 돌린 에이코는 고무줄을 잡은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이고 마, 꿈같다, 우짜면 좋노.”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