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려주신 완벽한 몸매라도 허리에 이상이 생기면 기형이 된다. 부실한 기둥이 집을 무너뜨리듯 척추가 휘거나 약하면 인체는 그야말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흔히 말하는 허리병은 의학적으로 척추질환에 속한다. 척추질환은 현대병의 하나로 대부분 운동부족이나 자세불량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청소년 사이에는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이 늘고 있어 부모들의 관심이 요망된다.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이정희씨는 옷을 갈아입는 중1 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딸의 왼쪽 어깻죽지가 오른쪽보다 유달리 솟아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척추가 똑바르지 않고 S자 모양으로 약간 휜 것 같았다. 당황한 이씨는 가까운 병원을 찾아 척추방사선 촬영을 했다. 검사 결과 척추가 35도로 휘어진 척추측만증이었다.
24마디의 뼈(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로 구성된 척추는 정면에서 바라볼 때 일직선, 즉 ‘1자 모양’이 정상이다. 이와는 달리 척추가 좌우 옆으로 10도 이상 휘어 있는 경우를 척추측만증으로 정의한다. 또 척추가 앞으로 굽는 증상을 ‘척추후만증’이라고 하는데 흔히 말하는 꼽추병이 그 대표적 질환이다. 이 밖에도 척추가 뒤쪽으로 휘는 ‘척추전만증’도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서울시교육청과 미래의료재단 척추재활전문센터가 최근 공동으로 전국 480개 초등학교 5, 6학년생 21만7052명을 대상으로 척추검사를 한 결과 이 가운데 15.1%인 3만2880명이 자세 이상자로 분류됐다. 이 수치는 5년 전 조사 때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척추가 휜 아이들이 느는 원인으로는 과다한 학습시간, 무거운 책가방, 운동부족, 그리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습관 등이 지적되고 있다. 또 청소년의 평균 신장이 커졌는데도 여전히 낮은 책상과 좁은 의자도 척추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척추측만증은 주로 청소년기에 발생한다. 성장속도가 빠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만 10세부터 뼈 성장이 멈추는 18세까지의 여학생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이는 질병이라기보다 일종의 변형장애로 인체의 장기기능을 저하시키고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척추측만증이 생기면 등이 비틀린 모습을 보이면서 한쪽 어깨가 올라가고 골반의 높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척추측만증을 그대로 둘 경우 만성요통과 함께 척추가 빨리 노화하고 목 허리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등 각종 허리질환이 나타난다. 또 심폐기능도 저하되면서 호흡장애나 위장장애가 생기며, 심하면 몸 전체의 기능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스웨덴의 한 임상사례에서도 꼽추인 사람이 정상인보다 일찍 사망하는 원인은 구부러진 척추가 심장을 압박해 심폐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할 때 시력, 몸무게, 키, 가슴둘레 검사 등은 물론 반드시 X-레이를 찍어 척추의 변형 유무를 검사한 뒤 조기 치료한다.
결국 척추측만증의 조기 발견은 부모의 몫이다. 평소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해 올바른 자세를 갖도록 지도함은 물론, 조기 발견으로 등을 바로잡아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기동 미래의료재단 이사장·정형외과 전문의 jkd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