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과 술 먹어도 되나요.”
다음달 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부처별 행사 계획의 ‘가이드 라인’을 구하기 위해 각 부처 공보관들이 최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에 묻는 내용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이 질문이다.
▶연재물 리스트로 바로가기
홍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한 공보관은 술을 꼭 백세주로 마셔야 하는지, 소주와 섞은 ‘오십세주’까지는 괜찮은지 심각하게 질문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어떤 공보관은 “양주를 먹어도 되는지, 폭탄주도 괜찮은지”를 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간담회를 갖는 날 기자들과 별도로 술자리를 갖는지도 공보관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기자들과의 술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술 사주며 ‘기사 빼 달라’고 로비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을 뿐, 술 마시지 말라고 한 적이 없는데 공보관들조차 이런 뜻을 모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선 공보관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의 ‘말’을 누가 거스르겠느냐”며 청와대가 좀 더 명시적 방법으로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