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후용씨가 26일 서울 한강 시민공원 양화지구에서 열린 ‘마약퇴치전국순례단’ 발대식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박주일기자
“불치병을 이겨내는 제 모습이 약물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을 쓸 수 없게 되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가 3개월간의 ‘마약퇴치 국토순례’에 나섰다. 1998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뒤 5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는 장후용씨(48)가 그 주인공.
양 손가락과 오른발의 근육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거동조차 쉽지 않은 장씨는 26일부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3개월간 전국 100여곳을 방문, 마약중독의 폐해를 알리고 약물중독자 재활기금 마련에 나선다.
그가 마약퇴치에 나선 것은 어린 시절의 암울한 기억 때문이다. 집안사정으로 중학교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그는 낙심해 가출한 뒤 본드와 대마초 등에 빠져들었던 것. 다행히 한 목사의 도움으로 중독을 극복하고 집으로 돌아온 장씨는 그때부터 “약물중독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1998년 회사생활을 정리한 뒤 신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는 꿈을 이루는가 싶었다. 그러나 루게릭이라는 희귀 불치병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절망에 빠졌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약물전문상담사 자격증을 따냈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송천쉼터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순례에는 현재 쉼터에서 회복 중인 마약중독자들도 참여한다. 장씨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감당하지 못해 약물중독에 빠지는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의미에서 그들에게 함께 순례할 것을 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약물중독자, 불우 청소년을 돕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며 “평화로운 마음으로 약물중독자들을 돕다 보니 내 병도 진행이 느려졌다”고 환히 웃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