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모험가 펜 하도는 캐나다를 출발해 64일 동안 764km의 눈밭을 헤치고 5월19일 드디어 북극을 정복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북극을 정복한 것은 사상 최초다.
그의 정복은 북극이 에베레스트와 같은 운명임을 예고하고 있다. 에베레스트가 인간에게 ‘농락’된 이후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유일한 극한 지대로 남아 있는 북극으로 많은 모험가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북극발로 보도했다. 다음은 그 요약.
극점에 낙하하려는 러시아 스카이다이버 6명과 스키를 즐기는 36명의 스키어, 빙하의 균열을 훌쩍 뛰어넘는 1명의 스노보더, 심지어 러시아 미인선발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미인으로 북극은 북적이고 있다.
남극에는 이미 24개국의 기지가 설치돼 있지만 북극에는 아직 영구기지가 없다. 러시아와 프랑스는 보르네오(Borneo)라는 이름의 임시기지를 극점에서 96km 떨어진 유빙 위에 설치했다. 텐트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발전기가 24시간 가동되는 동안 20t 무게의 항공기가 얼음 활주로 위를 분주히 다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바람에 정상에 오르는 길에 여기저기 산소통이 버려져 있는 에베레스트와 같이 되는 것은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5월1일이 되자 보르네오 기지는 철수했다. 활주로는 진창이 됐다. 눈이 녹으면서 더 이상 빙하 위에 머무를 수 없게 됐다. 한 과학자는 철수하면서 ‘북극이 여기에 있다(North Pole Is Here)’라는 푯말을 박았다. 그러자 다른 과학자가 ‘있다(Is)’를 ‘있었다(Was)’로 고쳤다. 빙하는 떠다니기 때문이었다. 북극은 아직까지는 인간의 도전을 완강히 뿌리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