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를 낀 ‘철녀’ 문한나씨가 음악에 맞춰 복싱에어로빅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철인 28호’. 요즘 문한나씨(32)는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이렇게 불린다.
군살이라고는 없는 1m64, 54kg의 탄탄한 체격. 70년대 인기를 끌었던 TV 만화 주인공 ‘철인 28호’라는 별명은 그래서 나왔다. 2, 3년전 만해도 몸이 약했던 문씨가 이처럼 강인한 ‘철녀’로 변신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복싱에어로빅 덕분.
“수영과 헬스 등을 해보았지만 저에게 맞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복싱에어로빅을 해보니까 ‘바로 이거다’ 싶더라구요. 운동도 궁합이 있나봐요.”
문씨는 ‘변정일 복싱에어로빅 교실’의 우등생. 직장에 다니면서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육관에 나와 1시간 이상씩 체력을 다지는 그는 복싱 기술도 고급 수준에 도달했다고.
“대학에서 복싱을 했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서인지 복싱 기술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문씨는 “복싱에어로빅으로 몸을 푼 뒤 샌드백을 세차게 두드리고 나면 스트레스는 물론 모든 병이 다 달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문씨는 스포츠 마니아. 지난해 월드컵 때는 광화문에서 밤새도록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고 여자복싱 한국챔피언 이인영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미모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건강한 30대 여성 문한나씨. 미혼일까, 기혼일까. 직장에서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칼같다.
“스포츠 외의 문제는 알 필요도, 물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복싱에어로빅은… 복싱+에어로빅… 뱃살빼기에 효과
러닝머신 위에서 그저 달리기만 하는 것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다이어트와 멋진 몸만들기의 기초 운동이나 다름없는 달리기를 제쳐놓고 다른 운동만 할 수는 없는 일.
재미있게 뛰면서 탄탄한 몸도 만들고 여기에 호신술까지 습득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복싱에어로빅의 세계로 안내한다.
●재미있게 뛰고 탄탄한 몸 만들고
복싱에어로빅은 WBC 밴텀급 세계챔피언 출신인 변정일씨(37)가 개발한 것. 복싱의 기본 동작에 에어로빅을 결합시켜 다이어트와 체력 강화 효과는 물론 복싱의 기본 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운동이다.
변씨는 96년 복싱 경험을 바탕으로 잽과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 4가지 공격기술과 기본 스텝인 5가지 풋 워크에 에어로빅을 결합시켰다. 복싱에어로빅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는 우선 복싱 기본자세를 1∼2주일 배운 뒤 이 동작을 기본으로 음악에 맞춰 복싱에어로빅을 하게 된다.
복싱에어로빅은 스텝과 동작이 간단한 반면 역동적이어서 운동량이 많다. 복싱의 ‘튕기는 동작’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 몸 전체 근육을 강화하는데 좋고 특히 복부 비만을 없애기에 특효. 3∼4개월의 훈련을 통해 복싱에어로빅이 몸에 밴 다음에는 복싱에어로빅을 준비운동으로 하고 샌드백 치기나 2명이 한조를 이뤄 약속 대련(실제로 때리지는 않고 복싱을 하는 것)을 함으로써 복싱기술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어디서 배우면 될까
복싱에어로빅을 할 수 있는 곳은 아직까지는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위치한 ‘변정일 복싱클럽(www.boxingdiet.com/boxex/)’뿐. 94년부터 복싱클럽을 운영한 변정일씨는 96년 복싱에어로빅을 고안해 3명의 코치진과 함께 복싱에어로빅을 강습하고 있다.
현재 ‘변정일 복싱클럽’에서는 350명의 남녀 회원이 복싱에어로빅을 배우고 있다. 등록은 3개월 단위로 받으며 회비는 24만원.
변씨는 “최근 복싱에어로빅클럽을 사단법인으로 등록했으며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체인화를 통해 전국에 가맹점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복싱에어로빅을 배울 수 있을 전망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여자 프로복서 20명… 이인영 내달 세계챔프 도전▼
한일 여자프로복싱 플라이급 챔피언 논타이틀전에서 일본의 야시마 유미를 맹공격하고 있는 한국의 이인영(오른쪽).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복싱 부흥은 여자들이 맡는다.”
최근 여성 동호인이 늘어나면서 여자복싱을 중심으로 복싱 인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현재 한국권투위원회에 등록된 여자복싱 선수는 20명. 이 가운데 1년에 서너차례 경기에 출전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5명 정도다.
첫 한국 여자프로복싱 챔피언인 이인영(31·산본체육관)과 여고생 복서 김주희(18·거인체육관)는 최고의 스타. 이인영은 일본 플라이급 챔피언 야시마 유미와 미국의 이반 케이플스를 연파하며 6전 전승(2KO)을 기록, 스타로 성장하고 있다. 이인영은 다음달 21일 국제여자복서협회(IFBA) 플라이급 세계챔피언 미셸 셔클리프(영국)와 타이틀 매치를 벌일 예정.
영등포여고 3학년인 김주희는 학업 때문에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장래 가능성은 무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