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부 정책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발 빠른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최고 덕목이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읽는 능력’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은 말 그대로 시장 안정에 핵심이 두어져 있다. 정부가 올 들어 10여 차례에 걸쳐 쏟아낸 시장 안정대책 가운데 파괴력이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가 많다. ‘5·23 대책’의 핵심은 크게 3가지 정도.우선 7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재건축 아파트는 사실상 준공 단계에 가서 일반분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주상복합건물도 ‘일반 아파트’와 동일한 방식으로 건설, 분양하고 지역·직장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팔고 살 수 없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의 구체적인 의미와 투자자의 실전 전략을 정리해본다.》
#재건축
재건축을 통해 생기는 기대이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택공급 규칙을 개정, 7월 중에 사업승인을 받는 곳은 전체 공사의 80% 이상이 끝난 뒤에 일반분양하도록 했다. 지금은 대지를 확보한 뒤 분양보증을 받으면 착공과 동시에 분양이 가능했다.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공정은 골조는 물론 벽돌쌓기, 미장, 타일, 단열, 난방 등까지 끝난 상태로 사실상 공사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이미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거나 주택공급규칙이 시행되기 전 재건축 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을 받거나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냈다면 현재의 규정에 맞춰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또 7월1일자로 시행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으로 안전진단 기준과 재건축조합 설립 요건 등도 대폭 강화된다.
광역자치단체장이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사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기초자치단체장은 그 결과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또 예비 안전진단 평가항목도 객관화되고 의결방식도 전원합의제가 의무화 된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 시장은 조합원 부담이 증가하고 실제 분양은 사업승인이 난 뒤 적어도 2년 이상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상복합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는 ‘상가건물’에서 주택의 연면적이 90%를 넘거나 300가구 이상인 경우에는 주택건설촉진법 상 사업계획승인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일반아파트와 동일한 건설 및 분양방식을 따르게 한 것.
이번 조치는 다음달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됨으로써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주상복합아파트에 투기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자동적으로 주택공급 규칙 적용을 받기 때문에 7월부터 시행이 가능하다.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투기과열지구에 건설되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아파트처럼 분양권 전매가 등기 완료 때까지 금지되고 무주택자 우선공급, 1순위 청약제한(5년 내 재당첨 금지, 1가구 2주택자 1순위 배제) 등을 적용받는다.
또 전국 모든 지역에서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입주자를 선정해야 하고 시공감리나 공동주택 관리에서도 주택건설촉진법과 공동주택관리령이 적용돼 어린이놀이터, 노인정, 주민공동시설, 보육시설 등 부대복리시설을 갖춰야 하며 층간소음 기준에도 맞춰야 한다.
올해 분양 계획인 주상복합아파트 물량은 서울 6257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7672가구 등 전국적으로 9441가구에 달한다.
다만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기 전에 건축허가를 신청(건축심의위원회의 건축심의를 신청한 경우 포함)한 경우에는 현행대로 건축법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고 분양권 전매금지도 적용받지 않는다.
#지역·직장주택조합
지역·직장조합아파트의 조합원 지위는 사업승인 이후 전매하거나 양도 또는 증여할 수 있고 청약통장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그동안은 이런 점을 이용, 사업승인 이후 단기차익을 노린 전매가 많았다.
당초 조합주택 조합원 지위는 원칙적으로 팔고 사는 게 금지됐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4월부터 사업승인 이후에는 전매가 가능하도록 완화됐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이 7월 중 개정되면 투기과열지구에서 사업승인을 받은 직장·지역조합원의 지위는 소유권 이전 등기가 날 때까지 전매·양도·증여가 금지된다.
다만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조합의 조합원은 1회에 한해 그 지위를 팔 수 있지만 지구 지정 이후 조합원 지위를 양수·증여받은 경우에는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이를 되팔거나 증여할 수 없다.건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승인을 받은 지역·직장주택조합의 분양물량은 모두 9593가구며 이 가운데 9142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분양권
6월 초부터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가 끝날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이 규정이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충청지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분양권 전매제는 사실상 실효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일부 대도시를 빼고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과 이에 따른 단기차익을 노린 전매행위가 거의 없었기 때문.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로 소유권 이전 등기 이후 주택을 처분하면 취득세(주택가격의 2%)와 등록세(주택가격의 3%)를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와 함께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다 들통 나면 분양권을 전매한 사람과 이를 알선한 중개업소 등에 내려지는 처벌도 강화된다.
현재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하반기부터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되는 것.
따라서 투기과열지구가 어딘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6월 초부터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기 때문에 이 같은 노력은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상승 모멘텀 약화 안정세 접어들듯▼
일반인들은 눈앞의 시장상황만 보지 말고 긴 안목에서 시장을 냉정히 돌아보아야 할 때다.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려 호가를 추종하거나 과다한 차입(대출)을 통해 투자를 하기에는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거래 감소 속에 매도호가가 주도하는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둘째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실수요를 대변하는 전세금은 두 달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의 ‘나 홀로 상승’으로 전세금과 매매가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료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다. 거주할 집보다는 투자 목적의 상품이 집값 불안을 주도한 것이다.
소형 재건축아파트와 분양권, 신도시ㆍ행정수도 등의 개발재료가 있는 지역의 매매호가가 크게 오른 반면 재료가 없는 기존 아파트는 상승폭이 미미했다.
이런 점에서 재건축 절차 강화, 분양권 전매금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 세제 강화 등의 추가적인 주택시장안정책은 궁극적으로 가수요 심리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시기적으로나 거래량,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서서히 안정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우선 6월 중순 이후 분양권 전매금지로 신규 분양시장의 위축이 예상된다.
재건축시장은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시행으로 상승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다.
기존 주택과 전세시장의 경우 거래 감소 속에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6월 중순 이후 분양되는 아파트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 주요 내용구분내용시행시기투기과열지구확대 지정·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인천 전역, 의정부시 등 경기 14개시)·수도권 성장관리권역(강화군 등 인천 2개군 3개구, 동두천시 등 경기 10개시 3개군)·대전 전역과 충남 아산·천안시, 충북 청주시·청원군 6월 초주상복합아파트 규제강화·투기과열지구 안에 전체면적 대비 주택연면적이 90% 이상이거나 300가구 이상인 아파트-청약통장가입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분양권 전매 소유권등기 때까지 제한, 일반아파트처럼 부대시설 확보 의무화7월 중조합아파트분양권 규제·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지어지는 직장 및 지역조합의 조합원분양권도 소유권 등기 때까지 제한7월 중재건축 분양시기 조정·투기과열지구 안에 들어설 재건축아파트는 전체사업의 80% 이상 시공 뒤 분양7월 중재건축 안전진단 강화·광역자치단체장이 안전진단실시 여부 사전 평가·예비안전진단 평가 항목 객관화, 전원합의 방식으로 진단결과 결정7월부터떴다방 단속 강화·매일 중개업소, 모델하우스, 분양현장을 정기 순회 감시·상습 투기 혐의자 파악 및 거래자료 파악5월23일부터투기지역 지정 확대·월 1회인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 회의를 월 2회로 확대6월부터부동산보유과세 강화·부동산 과다 보유자 5만∼10만명에 대해 합산과세2004년상반기주택담보대출비율 인하·투기과열지구 안에서 3년 이하의 신규 대출 비율 60%→50%6월 중
올해 발표된 주요 부동산 안정대책발표 시기주요 내용2월 5일대전 노은2지구 투기과열지구 지정3월 13일충청권 세무조사 착수4월 20일1가구 3주택자 특별 세무 관리4월 25일서울 강남구, 경기 광명시 투기지역 지정4월 29일대전 서·유성구, 충남 천안시 백석·불당·쌍용동 투기과열지구 지정4월 30일전국 기준시가 인상 고시5월 8일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파주·김포 신도시 지정5월 9일종합토지세, 재산세 등 보유세 대폭 인상5월 11일파주·김포 부동산 투기 조사, 분양권 전매 제한 조기 시행 추진5월 13일투기지역 양도세에 탄력세율 15% 추가 추진5월 21일부동산 과다보유 5만∼10만명 대상 보유세 대폭 강화5월 23일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 80% 시공돼야 가능, 국세청 떴다방 조사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 및 지정 현황구분지정 요건지정에 따른 규제지정현황투기과열지구·최근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 대 1이상인 곳·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의 청약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 곳·주택공급이 급감하거나 분양계획 이 전달보다 30% 이상 줄어든 곳·기타 투기 우려가 높은 곳·분양권 전매 제한-분양계약 후 1년 이내, 중도금 2회 납부 이전에 전매 금지·청약1순위 조건 강화-최근 5년간 당첨자, 2주택 보유자는 1순위 대상에서 제외·무주택우선순위, 주상복합아파트과 오피스텔 공개 청약 의무화,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서울,·인천 삼산1지구, 송도신도시·경기 고양, 남양주, 화성 일부, 용인 동백·대전 노은2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이 유력한 지역권역지역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강화·옹진군, 중구 운남·운북·운서·중산·남북·덕교·을왕·무의동, 서구 대곡·불노·마전·금곡·오류·왕길·당하·원당동, 연수구 송도매립지, 남동유치지역 제외)△경기 의정부·구리·하남·고양·수원·성남·안양·부천·광명·과천·의왕·군포시 전역,남양주시 호평·평내·금곡·일패·이패·삼패·가운·수석·지금·도농동, 시흥시(반월특수지역 제외)성장관리권역△경기 동두천·안산(대부동 제외)·오산·평택·파주·김포·화성시(우정면 국화리와 서신면 제부리 제외) 및 포천·양주군 전역 △연천군 전역(미산·중산·장남·백학·왕징면 제외) △남양주시 와부·진접읍·별내·퇴계원·진건·오남면 △용인시 기흥·구성·수지읍·남사·이동면 및 원삼면 목신·죽릉·학일·독성리 △안성시 가사·가현·명륜·숭인·봉남·구포·동본·영·봉산·성남·창전·낙원·옥천·현수·발화·옥산·석정·서인·인지·아양·신흥·도기·계·중리·사곡·금석·당왕·신모산·신소현·신건지·대천동 및 대덕·미양·공도·원곡·보개·금광·서운·양성·고삼면, 죽산면 두교·당목·칠장리, 삼죽면 마전·미장·진촌·기솔리 △인천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전 지역(강화군 교동·삼산·서도면과 옹진군 대청·백령·연평·북도·자월·덕적·영흥면은 제외) △시흥시 반월특수지역자연보전권역△경기 이천·광주시 전역 △남양주시 화도읍·수동·조안면 △용인시 중앙·역삼·유림·동부·포곡·모현·백암·양지면과 원삼면 가재월·사암·미평·좌항·맹·두창·고당·문촌리 △안성시 일죽면과 죽산면 죽산·용설·장계·매산·장릉·장원·두현리 및 삼죽면 용월·덕산·율곡·내장·배태·내강리충청지역△대전 전역 △충남 아산·천안시 △충북 청주시·청원군 전역
자료 :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성종수 스피드뱅크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