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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경제정책 리더들]시리즈를 마치며-취재기자 방담

입력 | 2003-05-28 17:55:00

‘2003 경제정책 리더들’ 취재에 참여한 본보 경제부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의 여러가지 일화와 이번 시리즈의 반응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현 구자룡 고기정 송진흡 기자, 권순활 차장, 김동원 천광암 공종식 황재성 이은우 기자.박주일기자



《올 4월 1일부터 두 달 동안 동아일보 경제섹션 ‘동아경제’에 주 2회 전면기획으로 연재된 ‘2003 경제정책 리더들’ 시리즈가 이달 27일 막을 내렸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창간 83주년 특집의 하나로 기획한 이번 시리즈는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엘리트 경제관료를 폭 넓고 깊이 있게 다뤄 관가(官街)는 물론 기업과 일반 독자로부터 호평(好評)을 받았다. 취재팀은 경제정책 리더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또 상사 동료 부하직원 등의 객관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를 기사에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시리즈를 끝내면서 이번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의 방담(放談)을 통해 취재과정에서의 에피소드와 뒷이야기, 의미와 반향 등을 소개한다.》

―이번 시리즈는 모든 경제부처 및 경제분야 외청(外廳)의 장차관급 기관장은 물론 1급과 국장, 주요 과장급까지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격려가 많았습니다. 많은 공무원들이 “아마 한국언론 사상 첫 시도였던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또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직후 시리즈를 시작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갈 사람들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는 평가도 들었습니다.

―경제 부처의 주요 간부를 다루다 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급적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경제정책을 다루는 엘리트사회의 굴절되지 않은 ‘지도(地圖)’를 만든다는 시리즈 취지를 살리기 위해 특히 고위공무원의 경우 업무와 관련된 단점도 지적했습니다.

―취재 대상 공무원들은 이름이 실리는 순서 등 기사의 모든 내용에 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잘 알려진 사실인데도 ‘야당 의원과 친하다’는 내용은 한사코 쓰지 말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또 ‘여당 실세와 친하다’는 이야기를 쓰지 말라는 부탁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바람에 휩쓸리기 싫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취재기자는 물론 편집기자도 수십 번씩 기사를 읽고 취재팀과 하나하나 긴밀히 협의하는 등 신경을 썼습니다.

―많은 부처의 간부회의에서 동아일보 기사가 주요 화제로 올랐고 일부 기관장은 기사 내용을 직접 챙겼습니다. 한 외청장은 “동아일보에 소개되는 것인 만큼 제대로 알려야겠다”며 ‘차세대 리더’로 소개되는 과장급을 직접 선정하고 개개인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각 경제부처에서는 “최소한 앞으로 10년간 공무원출신 경제분야 장차관급은 동아일보 시리즈에 모두 등장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관가뿐 아니라 기업들의 관심이나 호응도 뜨거웠습니다. 고위 경제관료들의 정책스타일과 신상을 이처럼 폭넓고 상세하게 소개한 보도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관련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 시리즈는 공무원이 아니라 기업인들을 위한 기사”라며 “시리즈를 개인적으로도 모아놓고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귀띔하더군요.

―가정을 돌보지 못하고 밤낮을 잊은 채 일하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에게 많은 위로와 보상이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또 동아일보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했다는 공무원도 많았습니다.

―서정호(徐廷皓) 해양수산부 기획관리실장은 ‘노 대통령이 해양부 장관 시절 가장 총애하던 공무원’이라는 내용으로 소개된 뒤 부인이 친구들로부터 “한턱 내라”는 전화를 수도 없어 받았다고 합니다. 서 실장은 “아내가 최근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기사가 나간 뒤 ‘엔도르핀 효과’가 있는지 크게 호전됐다”고 전했습니다.

―‘한국호(號) 조타수’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김영주(金榮柱)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가족들로부터 ‘매일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가 원망스러웠는데 이처럼 중요한 일을 하시는지 알게 되어 이해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흐뭇해하더군요.

―양천식(梁天植)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은 신문이 배달된 날 이른 아침 지방에 사는 동생으로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신문을 펼쳐 보라고 자랑 좀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김두기(金斗基) 관세청 공보담당관은 보도 직후 은행에 통장을 개설하러 갔는데 은행직원이 “동아일보에 나온 분이 아니냐”며 친절을 베풀더랍니다. 김 담당관은 “기사 본문도 아니고, 표에 이름과 프로필만 나왔는데도 창구 직원이 분명하게 기억해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인(知人)들이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옛 친구로부터 반가운 전화 공세를 받은 사례는 일일이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관세청 손병조(孫炳照) 통관지원국장은 외국으로 이민간 지 30년이 넘은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친구가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동아일보를 보고 반가워서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정용철(鄭用哲) 고속철도본부장은 “모교인 유한공고 후배들로부터 ‘우리 학교 출신이 정부 부처의 고위간부에 오른 게 자랑스럽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공직생활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고 전하더군요.

―‘비공식 여·야·정 협의회(?)’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임상규(任祥奎)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그와 함께 홍어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기사가 나간 다음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원내총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홍어를 같이 안 먹으면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니 홍어 먹는 자리 한번 만듭시다”는 농반진반(弄半眞半)의 전화였다고 합니다.

―이 시리즈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많은 경제관료의 사기를 높이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를 조금이라도 부여할 수 있었다는 데 대해 보람을 느낍니다.특별취재팀

▼2003 경제정책 리더들 취재팀 ▼

▽팀장〓권순활 경제부 차장

▽팀원〓김광현 구자룡 천광암 김동원 공종식 황재성 이은우

송진흡 고기정기자 (이상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