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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의 월가리포트]"내릴만큼 내렸다" 美 낙관론 '솔솔'

입력 | 2003-05-28 18:18:00


뉴욕이 뜨겁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데이(26일) 연휴를 지난 뒤 열린 27일 증시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 이상 오르면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2% 이상 올랐다.

이날 상승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택경기 호조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소비자 신뢰지수의 선전 덕분이었다. 전반적으로 주가상승세를 떠받칠 요소들은 아직 약하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기업 매출도 활발하지 못하다. 경제상황이나 테러행위가 언제 큰 충격을 줄지도 모르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점차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 초 주식 뮤추얼펀드에서 돈을 빼냈던 투자자들이 지난 10주 동안 다시 돈을 들고 찾아오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장세에 대해 분석가들은 “지난 몇 주간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랠리”라고 말한다. “3년간 수없이 보았던 ‘찔끔 랠리’는 아닌 것 같다”는 기대 섞인 해석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27일 시장 상황을 두고는 “투자자들이 랠리를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호재를 기다린다. 오랜 침체 끝에 주가가 내릴 만큼 내렸기 때문에 ‘호재만 있으면 주식을 사겠다’는 대기 매수세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과연 대세의 전환점인가. 무엇보다 주가 흐름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많아졌다. 주가 상승세와 장세에 대한 낙관론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듀폰 캐피털의 조지 색슨 수석 투자역은 “증시가 강세를 띠면 투자자들은 희망을 갖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이유로 △소비자 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있고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세금감면에 따른 소비 확대가 기대되며 △무엇보다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제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증시가 높은 실업률, 달러화 약세 등 악재를 견뎌내는 힘이 확인된 뒤라 투자자들이 호재가 터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낙관론이 강하지만 신중론도 없지 않다. 지난주 조정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상승을 위해선 약간의 조정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동안 채권으로 몰려갔던 투자자금이 증시로 재유입되면서 랠리가 나타난 것일 뿐”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