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자신과 주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거래 과정에서 다소 일반적 거래와 다른 호의적 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호의적 거래’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청와대가 내놓은 자료에서 호의적 거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땅은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시 임야 2만평이다. 이씨가 이 땅을 28억5000만원에 팔기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 중도금을 받았다가 대선 직후 매매 계약을 해지하고 11억5000만원이나 비싼 40억원에 재매각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
첫 매수자가 2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내놓은 땅을 S산업개발이 노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65%나 비싼 값에 사들인 전후관계를 살펴보면 단순한 호의로 보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S산업개발과 이씨는 공동으로 이 땅에 사회복지시설 건립이 가능하냐는 질의를 용인시에 냈고 매매계약서에도 중도금 및 잔금은 도시계획 결정 후에 치른다고 돼 있어 용인시의 인허가가 땅을 비싸게 사준 조건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S산업개발은 매매계약 체결 사흘 만에 이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17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출이 이루어진 경위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거래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대출금 가운데 이씨에게 중도금으로 건넨 금액이 얼마인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새로 집권한 대통령의 측근이 소유한 땅을 6개월 전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사준 것을 호의적 거래라고 했다면 노 대통령의 인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거래 내용에 비추어 현재 또는 장래의 대가를 기대한 거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 대통령은 전 후원회장의 용인 땅 거래 의혹을 ‘비호의적’인 언론의 흠집내기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의 제언대로 공정한 조사를 수행할 여건을 갖춘 기구에 진상 규명을 의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