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파행 운영됐던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출범 19일 만인 29일 정상화됐으나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명확한 보장이 없어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노성대 방송위원장과 김도환 방송위 노조위원장은 방송위 정상화 합의를 발표했으며 노 위원장을 비롯한 방송위원 9명은 30일 취임식에서 ‘방송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선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초 논의됐던 ‘정치권이나 방송사로부터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중간평가를 받고 퇴진하겠다’는 조항은 합의문에서 빠졌다. 대신 취임 선서문에 ‘언제든지 평가를 받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대체됐다. 정치권의 나눠먹기식으로 구성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보장이 ‘선언’ 수준에 그친 셈이다.
전체회의와 상임위의 속기록 공개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KBS 이사회 등 인선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명문화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10일 구성된 방송위는 ‘여야 대리전’ ‘정치 투쟁의 축소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MBC 사장 출신인 노 위원장을 비롯해 양휘부(KBS) 박준영(SBS) 윤종보씨(MBC) 등 지상파 3사 출신들이 위원으로 대거 진출해 지상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또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효성 부위원장이 선출되자 ‘날치기 통과’ 논란 등 정치적 배경이 다른 위원들간의 내홍도 심각했다. 그러나 이 논란들은 위원들간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임시 봉합돼 언제든지 내연될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창현 국민대교수(신문방송학)는 “방송위가 정상화됐지만 위원들이 당파성에 기반된 방송 정책을 펴나갈 우려는 여전하다”며 “KBS 사장 재선임, KBS 및 방문진 이사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또다시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결정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방송위는 30일과 6월3일 KBS 및 방문진 이사진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