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열기는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열기는 많이 식어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호전된 양국간의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된 1996년 이후 지속적으로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해온 본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은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해 24, 25일 이틀간 양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자료받기 (한국 | 일본 )
▽월드컵 공동개최와 한일관계=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일본 사람이나 문화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는 응답자가 45%, ‘그렇지 않다’가 46%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드컵 직후의 조사에서는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는 응답이 54%로 ‘그렇지 않다’(40%)는 사람보다 많았다. 일본에서도 지난해에는 53% 대 39%로 한국 사람이나 문화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는 응답이 많았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5% 대 49%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 월드컵 직후 가까워진 양 국민의 심리적 거리감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30대 연령층에서 일본인이나 문화에 대한 친근감이 많이 줄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한국에서 지난해 79%에서 59%로 20%포인트나 줄었고, 일본에서도 79%에서 65%로 14%포인트 감소했다. 월드컵 공동개최로 기대됐던 ‘우호적인 한일관계’가 유지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축구에 대한 관심과 기대=월드컵을 계기로 높아진 축구에 대한 관심은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큰 편이었다. 반면 4강 진출로 높아진 한국 축구팀에 대한 기대는 많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가 ‘더 좋아졌다’는 사람이 82%로, 지난해 96%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많은 편이었고 남녀노소간에 차이가 없다. 일본에서는 축구가 ‘더 좋아졌다’는 응답이 44%, ‘그렇지 않다’가 51%로 지난해(65% 대 29%)에 비해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71%, 일본인의 69%가 자국팀이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한국인의 20%, 일본인의 16%는 본선에 ‘진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예상 성적에 대해서는 4강에 진출한 2002년에 비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응답자가 10%, ‘비슷한 성적을 낼 것’이란 응답자가 17%로 27%가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반면 64%는 ‘더 좋지 않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답했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스포츠에 친숙해질 기회가 많아졌는가에 대해선 ‘더 많아졌다’ 56%, ‘그렇지 않다’ 36%로 월드컵이 지역스포츠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한일 모두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면접으로 실시됐다. 응답자는 한국 1049명, 일본 1996명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한국 ±3.0%포인트, 일본 ±2.2%포인트다. 자세한 자료는 인터넷 동아닷컴(www.donga.com) 여론조사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