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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빅마마 "콘서트 체질, 행복 위한 노래 부를 터"

입력 | 2003-05-30 18:44:00


가요계 뒤흔드는 ‘빅마마’ … “외모보다 실력으로 승부, 일본 진출 타진중”

토요일 늦은 오후, 빅마마 4명의 멤버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들을 만나기 전 매니저는 두 가지 부탁을 했다. 첫째,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 것. 음반판매량 4주 연속 1위, 방송가요 프로그램 인기순위 4주 연속 1위의 기록은 빅마마의 ‘얼굴이 예쁘지 않아서’ 세워진 게 아니라 빅마마가 가수로서 정당하게 얻은 기록이므로. 또 한 가지, 사진은 전속 포토그래퍼가 찍는다는 것. ‘외모 지상주의’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빅마마’가 ‘자연스럽게’ 사진 찍는 걸 부담스러워하다니? 빅마마가 ‘여전사’가 아니라 연예인이고 스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빠도 ‘초심 잃지 말자’ 매일 다짐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TV 출연을 거의 안 하니 ‘음성착의’가 필요하겠네요.

신연아(31·이하 신): 제가 큰언니고요, ‘Break away’에서 ‘단 한 번~’ 부분이 제 목소리예요. 불어로 된 6번 트랙 ‘Je ne veux pas’는 제 솔로곡이에요. 불문과(인하대)를 나오고, 프랑스에서 음악공부를 했기 때문에….

박민혜(22·이하 박): 제가 막내고 ‘Break away’에서 ‘차라리~’로 시작되는 게 제 목소리죠. 8번 ‘Sadness’는 제 솔로곡이고요. 언니들처럼 아직 작곡을 못해서, 작곡가에게 슬픈 곡을 부탁해서 최대한 슬프게 불렀어요.

이영현(23·이하 현): 전 고음부 중에서도 ‘격한’(웃음) 고음을 맡아요. 남자친구와 갈등을 겪을 때의 심정을 담은 ‘체념’이란 곡이 제 솔로곡이죠.

이지영(25·이하 영): ‘Break away’의 시작 부분이 제 목소리예요. 외모와 달리 굵고 낮은 음이죠. ‘내 안에 너’가 제 솔로곡인데, 스스로를 위안하는 노래죠.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었죠.

-오늘 같은 토요일 오후엔 뭘 하나요?

신: 지난해 5월 빅마마를 준비한 이후 토요일이 없었죠.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대학축제에서 공연해요.

-빅마마 성공 이후 길에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던가요?

영: 거의 못 알아보죠. 편해요. 화장하고 속눈썹 길게 붙이고 나가면 좀 알아봐주시죠.

-TV 출연 안 하고 콘서트 하는 게 가수로서 만족스럽나요?

신: 물론이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때 음, 이 맛이야, 싶은 절대적인 쾌감을 느껴요.

영: TV엔 세 번 출연했지만 콘서트는 계속했죠. 춤도 추는데, 말 그대로 ‘율동’을 처음 배워서…. 우리도 뭔가 ‘스펙터클’한 걸 보여주자, 그런 뜻이죠.(웃음)

-늘씬한 미녀들이 앞에서 입만 벙긋대고, 무대 뒤에선 빅마마가 땀 흘리며 노래하는 내용의 뮤직비디오가 큰 화제였는데….

신: 뮤직비디오 컨셉트는 시사성이 있어서 좋았어요. 팀 이름은 멤버들이 다 싫어했지만. 제 남자친구가 프랑스 사람인데, 특히 프랑스에선 여성의 몸에 대해 ‘빅(big)’이란 말을 쓰는 건 엄청난 실례라서 그 친구가 꼭 이런 거 해야 하느냐고 더 흥분했죠.

박: 전 뮤직비디오도 씁쓸했어요. 빅마마란 이름에 대해서도 제일 심하게 반대했고…. 이름이 엽기적이잖아요.

영: 저희 뮤직비디오가 꼭 외모 이야기만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어디든 뒤에서 묵묵히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앞에 있는 사람이 각광받고 박수받는 경우 많잖아요.

신: 전 오히려 그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미녀들이 저희 때문에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예쁜 게 죄는 아니잖아요?(웃음) 다양한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게 빅마마의 메시지거든요.

-외모를 언급하는 게 부담스러운가요?(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빅마마 역시(역으로) 영상으로 성공한 팀이라고 지적했듯, 빅마마도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신: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빅마마의 중심은 그게 아닌데, 자꾸 그쪽에 초점이 맞춰지니 자제하려는 거죠.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신: 사실 게스트로 나갈 생각이 있었는데, ‘버블 시스터즈’가 나가기 때문에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피한 거 같아요. ‘버블 시스터즈’의 경우 안티 외모를 컨셉트로 강조하는 편인데, 저희는 아니거든요. 저희도 생각이 같은 것처럼 보여져 부담스러워요.

-‘빅마마’와 자주 비교되는 ‘버블 시스터즈’와 거의 같은 시기에 데뷔한 것은 우연인가요?(‘빅마마’를 기획한 양현석씨(전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는 2년 전 TV에 나오는 예쁜 여성 그룹을 보면서 뚱뚱하고 얼굴은 안 예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노래 잘하는 여성 그룹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신: 정보가 샌 건 아닌 거 같아요. 립싱크하는 댄스가수 일색인 가요계를 보며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을 거예요. 20~30대가 자신들의 문화에 목말라하고 있었으니까요.

-빅마마로 모이기 전에도 가수활동을 했나요?

영: 고등학교 때까진 가수가 꿈이었죠. 대학(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와 오디션 보고 집에 오는 길엔 늘 기분이 안 좋았어요. 모델 같은 외모를 원하고, 외국가수 누구 흉내내보라고 하는 게 한심했죠. 그래도 한상원밴드 보컬로 계속 노래는 했어요.

현: 가수 휘성이 고등학교 동창이어서 ‘빅마마’ 제의를 받았어요. 학교(동아방송대 영상음악과 2년)가 안성이라 혼자 자취하는 게 너무 힘들어 휴학하고 라이브카페 가수, 보컬 과외, 편의점 점원 등 이것저것 아르바이트하던 중이었죠.

박: 전 가수가 되는 건 생각도 못했고 그저 코러스가 참 좋았어요. 제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코러스로 신나게 공연하는 걸 사장님이 보셨대요. 가수는 자신 없었는데, 사장님 만나러 왔다가 만난 연아 언니가 넷이 함께 하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하더군요.

신: 제 경우는 가수가 전부라고 믿었죠. 근데 음악만 믿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코러스와 광고음악 쪽에서 활동한 지 8년이라 업계를 너무 잘 알아서 시각이 좀 부정적이긴 해요. 그동안 음반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꼭두각시가 되기보다 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하며 살았는데 이젠 정작 제가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됐네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진짜 ‘마마’가 되어 계속 노래해도 멋지지 않을까요?

영: 제 꿈이 연아 언니처럼 멋진 소울메이트(soul mate)를 만나는 거예요.

-서로 잘 모르는 개성 강한 네 사람이 만났는데, 호흡 맞추기는 어렵지 않았나요?

신: 획일적이지 않아 좋잖아요. 녹음은 무척 힘들었지만….

영: 멤버들끼리 서로 절대 못하는 건 피해가며 맞춰가요. 제가 고기를 못 먹어서 멤버들도 못 먹는 게 미안하죠.

-빅마마가 된 뒤 자신이 달라진 걸 실감했다면?

현: 아버지의 반응이요. 앨범 나오고 콘서트도 하니까 드디어 ‘우리 딸이 백수를 벗어났구나’ 하고 기뻐하셨어요. 콘서트에 돈 내고 표 사서 들어오셨어요. TV 보고는 ‘화면이 낫다’고 하시고.(웃음)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신: 우선 일본 진출 가능성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음반사 사장과 기자들 상대로 쇼케이스를 했는데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결혼해서 가정에 충실하고 싶고….

영: 공부를 많이 해야겠죠. 빅마마 활동을 한 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워서 좋아요.

박: 갑자기 바빠졌지만 지쳐도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게 ‘빅마마’의 한결같은 계획이죠.

신: ‘빅마마’는 여성팬들이 특히 많아요. 우리 여성들에게 ‘빅마마’ 노래가 더 큰 힘이 됐으면 합니다.

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