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샴푸로 머리를 감는데, 이게 뭐예요?”
“선생님이 창포물이라고 했잖아.”
“근데 왜 이걸로 머리를 감아요?”
29일 오전 10시반 서울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 단오맞이 창포물 머리감기 행사에 참여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영어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신기한 표정이었다.
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부채 전문매장에서 한 고객이 주인의 안내로 부채를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기자
“이것은 창포를 삶은 물입니다. 옛날엔 단오 때 이 물로 머리를 감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머리카락에 윤기가 돌고 머리에 부스럼도 생기지 않았어요.”
한옥마을 이재혁(李宰赫)씨의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은 마음이 놓였는지 앞 다퉈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남자 아이들은 창포물로 세수하고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6월4일은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의 하나인 단오. 조선 후기 화가인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단오풍정(端午風情)’을 보면 그네를 타거나 가슴을 살짝 드러낸 채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여인의 모습이 나온다.
단오는 음력 5월5일로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날. 창포물에 머리감기, 부채 선물하기, 수리취떡 창포술 제호탕(일종의 청량음료) 만들어 먹기, 그네타기, 씨름 등의 풍습이 있었다.
며칠 동안 서울 곳곳을 다녔으나 단오 풍습을 찾기 어려웠다. 창포물 머리감기도 한옥마을이나 국립민속박물관의 특별행사에서나 볼 수 있다.
수리취떡은 쑥처럼 향이 짙은 수리취 잎을 쪄서 멥쌀가루와 반죽해 수레바퀴 모양의 문양으로 찍어낸 떡.
윤숙자(尹淑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삶이 수레바퀴처럼 모나지 않고 잘 굴러가라는 옛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있다”면서 “이러한 지혜로운 음식이 많이 잊혀져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전통이 남아있는 것은 부채 선물하기. 단오선(端午扇)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단오 선물로는 부채가 제격이었다.
부채에는 8가지 덕목이 있다. 더위를 쫓는 덕, 땅에 앉을 때 방석이 되는 덕, 햇볕과 비를 막는 덕, 파리나 모기를 쫓는 덕, 방향을 가리키는 덕, 옷 갈아입을 때 가려주는 덕, 노래 부를 때 장단 맞추는 덕, 빚쟁이 만났을 때 얼굴 가려주는 덕 등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엔 부채가 많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부채는 1500원짜리에서부터 30만원짜리까지, 손바닥 크기부터 1m가 넘는 대형 부채까지 천차만별이다.
한 지업사 대표는 “단오를 앞두고 학교에서 부채그림 그리기용으로 단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장년층은 한지로 만든 걸 좋아하고 젊은 여성들은 앙증맞은 원색의 실크 부채를 선물용으로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사동에서 가족 수대로 부채 4개를 구입한 주부 정영화(鄭榮華·종로구 평창동)씨의 말.
“신윤복의 ‘단오풍정’ 그림을 참 좋아합니다. 이번 주말엔 그네타기 구경도 하고 창포물에 머리도 감을 생각입니다. 신윤복 그림 속 여인처럼 멋스럽게 말이죠.”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서울 단오맞이 전통행사장소시간연락처(02)영등포공원31일 오후 2시 2670-3812남산골 한옥마을31일, 6월 1일 오전 10시2266-6937,8국립민속박물관6월 2일 오전 10시 725-5964국립국악원6월 4일 오후 7시 반 580-3042삼청각6월 6~8일 오전 11시3676-3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