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대경 교수가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의 무릎을 만지며 수술 결과를 살피고 있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배대경 교수(57)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한마디로 ‘내유외강(內柔外剛)의 원칙주의자’로 평한다.
그에게는 ‘대충대충’이라는 말이 없다. 2∼5시간 동안 수술할 때 절개하고 꿰매고 마무리하는 것을 혼자 다 처리한다. 제자가 환자에게 말 한마디를 실언해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다른 의사들은 대부분 한 치료법에 정통한 반면 배 교수는 모든 치료법을 꿰 차고 있는 것도 ‘하나라도 대충대충 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관계 깊다는 것이 주위 사람의 설명이다.
이런 원칙이 조용한 그를 정상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배 교수는 현재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학문적으로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국내외에 23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95년 개설한 인공관절 및 관절경 연수강좌에는 외국인 의사 30∼40명이 찾아와 ‘한 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배 교수는 한 해 무려 5000여명의 무릎 통증 환자를 치료한다. 이 가운데 300여명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하며 100여명에게 관절경 수술을 한다.
―관절염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나.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 물리요법, 운동요법 등 보존적 치료를 받는다. 이런 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고 관절을 보호하는 물렁뼈(연골)에 손상이 심하면서 관절이 크게 뒤틀리지 않았다면 관절 주위에 구멍 2, 3개를 내고 내시경을 집어넣어 손상된 물렁뼈를 다듬거나 꿰매 잇는 ‘관절경 시술’을 받는다. 또 관절경을 이용해 뼈에 20∼30개의 작은 구멍을 내는 ‘미세천공술’로 마모된 물렁뼈를 재생시키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다리가 안짱다리처럼 휘었다면 다리뼈를 자르는 수술로 다리뼈를 교정해야 한다. 증세가 아주 심하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배 교수는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치료법을 쓸지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관절염과의 전쟁’에서 어떤 무기를 쓸지를 결정하는 전략에 비유했다.
―어차피 관절은 나빠지게 마련인데 처음부터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은가.
“단계별 치료만 잘 하면 관절염이라고 무조건 나빠지지 않는다. 또 인공관절의 수명이 10∼15년 정도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통증과 합병증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인공관절 수술은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인공관절 수술은 누가 받는가.
“관절이 심하게 뒤틀려 있고 통증이 심할 때, 10분 이상 걷지 못할 때, 통증과 마비 때문에 일상 활동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이 해당된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는 수술을 받아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관절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인 활막이 붓고 여기에 물이 찼는데도 약물 치료가 효과 없다면 관절경으로 활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또 물렁뼈가 닳아 관절에서 두 뼈 사이가 좁아지고 관절의 변형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 뒤 ‘이렇게 좋은 걸 여태…’하며 감탄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물렁뼈 세포 이식 수술이 만능 치료법처럼 소개되고 있는데….
“환자의 물렁뼈를 채취해서 배양했다가 이식하는 것인데 젊은 사람이 운동하다 무릎 연골이 상했다면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수술을 두 번 해야 하고 연골 재생 부위가 제한적이어서 모든 환자에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관절염 환자가 지켜야 할 생활수칙은 무엇인가.
“살이 찌면 악화되므로 채소 위주로 골고루 먹도록 한다. 운동도 하나의 치료인데 적당히 운동한다면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기도 한다. 운동은 가급적 ‘운동처방’을 받아 하는 것이 좋으며 유연성운동, 지구력운동, 근력강화운동을 병행하도록 한다. 유연성 운동 전후 각각 5∼10분씩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지구력운동으로는 수영, 실내자전거 타기, 평지 걷기 등을 추천하고 싶다. 수영을 해도 평영은 피해야 하며 뛰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근력강화운동을 할 때에는 발이 땅에 붙거나 기구에 붙인 상태에서 하는 운동을 선택하도록 한다. 헬스클럽에서는 발이 허공에 떠있는 운동 종류가 많은데 대부분 무릎에 부담이 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관절 수술 부문의 베스트 닥터로는 경희대병원 배대경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교수 75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관절 질환이 있을 때 수술을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관절 수술 분야에서는 ‘막강 경희대병원 정형외과의 파워’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금은 소속이 달라졌지만 1∼3위가 모두 80년대에 한솥밥을 먹으면서 환자를 돌본 사이다.
2000년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에서 이 분야 1위를 차지했다가 이번에는 2위로 한 계단 내려갔지만 배 교수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안진환 교수도 경희대병원 출신이다.
또 유명철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같은 학교의 두 후배들을 이끌고 막강 경희대 정형외과를 만든 주인공이다.
▼관절 수술 명의들▼
▽안진환(58)=한 해 관절염 환자 600여명을 관절경 수술로 치료하고 있다. 1996년 독특한 관절경 수술법을 개발해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프런털 로브상’을 받았다. 스포츠의학과 의사와 공동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외상 예방과 치료를 전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 본보의 ‘베스트 닥터’ 시리즈에서 이 분야 최고수로 선정됐다.
▽유명철(60)=1975년 국내 최초로 절단 사지 재접합 수술에 성공했고 78년엔 절단 엄지손가락에 엄지발가락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79년에는 엉덩이 관절에 피가 통하지 않아 썩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의 새 수술법을 개발했다. 77년 인공관절연구소를 설립해 지금까지 1만여명을 수술했으며 86년엔 관절염 및 인공관절재단을 만들어 전국에서 3만여명을 무료 진료했다.
▽김성재(54)=정형외과 의사들에게 관절경 수술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88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관절경 수술법을 배워왔고 92년 6개월 과정의 ‘세브란스 관절경 교실’을 개설해 110여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했다. 대한견주관절학회 회장을 맡아 어깨 및 팔 관절경 수술 방법을 보급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김영민(66)=지금까지 6000여명의 엉덩이 관절 환자를 수술했다. 86년 한국형 인공관절을 제작했다. 81년 대한고관절학회 창설을 주도했으며 93년 서태평양지구 고관절학회를 창설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 대한고관절학회 회장, 대한생체역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으로 있다. 서울시 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성상철(55)=인공관절 수술과 관절경 수술을 함께 하고 있다. 1994년 대한정형외과연구학회를 창설했고 최근에는 연골세포 배양 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한국형 인공관절을 개발하고 있다. 운동 중 인대가 손상된 환자에게 ‘대퇴사두건 이용 인대 재건술’을 시행했다. 최근 개원한 분당서울대병원의 원장을 맡고 있다.
▽한창동(53)=엉덩이 및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권위자. 독창적인 수술법을 시행해 환자에게 수술 평균 3일 뒤에 퇴원케 하는 등 빠른 회복률을 자랑하고 있다. 대한고관절학회장, 골 연부조직 이식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외국의 유명 교수들과 인공관절에 대해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장으로 전공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김승호(43)=어깨와 팔 관절 수술 분야에서 경희대병원 이용걸 교수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 분야의 새로운 진단 지침과 수술 방법을 개발해서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2002년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 수여하는 ‘닥터 스트라이커상’, 2003년에는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 수여하는 ‘제마 스포츠 의학상’을 받았다.
▽김정만(57)=1983년 국내 최초로 무릎 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시행했다. 또 무릎 관절 수술 뒤 운동 각도가 정상 범위를 회복하는 특수기술을 개발, 미국 임상 정형외과학지 등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무릎 관절, 어깨 관절, 엉덩이 관절, 팔 관절, 발가락 관절에 이르기까지 관절 전 분야에 걸쳐 환자를 보고 있다.
▽김영후(58)=6000여명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했으며 20년 전 수술 받은 환자의 상태를 기억할 정도로 환자에게 애착을 갖고 있다. 매년 8∼10편의 논문을 국제적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최근 세브란스 50주년 기념 정형외과 학술상을 받았다. 자신이 개발한 엉덩이 인공관절을 이용해 시술하고 있으며 이 인공관절은 국제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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