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사진.
만약 당신의 아이가 내부 생식기관(자궁 고환)이나 외부 성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애매모호한 중성으로 태어났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선 그 아이를 아들이나 딸로 키울지를 결정해야 하며 다음은 수술을 잘하는 의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12년 전만 하더라도 2500명 중 1명꼴로 태어나는 중성 아이에 대해 수술로 남여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판단이었다.
남성 호로몬이 증가해 남자와 비슷한 생식기관을 갖는 ‘선천적 부신 과형성증’ 여자아이의 경우 의사는 매우 커진 음핵을 작게 만들었고 새로운 질을 만들어 줬다. 한편 ‘왜소음경증’처럼 원래 작은 성기를 갖고 태어난 남자 아이는 경우에 따라서 음핵과 질을 만들어 여자아이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그러면 의사는 어떤 근거로 부모와 상의도 없이 이런 큰 결정을 하게 됐을까. 이는 세계 2차대전 뒤 수 년 동안 프로이드 학파의 정신의학자들에 의해 외부 생식기의 중요성이 강조돼왔기 때문이다.
“자를 수 있는 기회가 고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전후(戰後) 외과의사를 지배했고 그들은 손쉽게 난소나 고환을 제거하거나 외부 성기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수술 받은 사람들에서 조금씩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수술 받으면 낫는다’는 의사들의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또 90년대부터 중성 모임 활동이 활성화 됐다. 중성들이 받았던 생식기 수술 때문에 그들은 환자처럼 취급받았고 몰래 해야 된다는 서글픈 현실이 그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성 모임 활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1959년 왜소음경으로 태어난 쉐릴 체이스라는 여자. 그녀는 남자 아이로 생각됐음에도 의사는 그녀의 생식기를 절단했고 그녀의 부모에게 여자아이로 키우라고 말했다. 그녀는 수년 동안 대중 앞에 나설 때마다 부끄러움과 의사에게 사기 당한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중성 모임 회장을 역임했던 앨리스 드레저 의학박사는 “외과 의사들은 인간의 정신학적인 문제를 단순히 해부학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해부학적인 것만 해결되면 끝난다는 생각은 단순히 의사들의 추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대부분 의사들은 중성으로 태어난 아기의 수술 결정에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모가 의사의 결정에 동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성 모임은 중성 아이들이 성(性) 결정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충분한 나이가 될 때까지 관련 수술을 정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어릴 때 수술을 받은 중성인이 성인이 됐을 때 정신적으로나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
영국의 성(性) 전문가인 캐스린 민토 박사는 중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키워진 39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중 28명은 성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음핵수술을 받은 18명은 오르가즘을 느끼는데 종종 어려움이 있었다고 최근 밝혔다.
중성 모임의 이사(理事)이자 사회학자인 모니카 캐스퍼 박사는 “지금까지 중성인이 어렸을 때 행해진 수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브라운대 소아내분비과의 필립 그룹소 박사는 중성 어린이들은 일찍 수술을 받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술을 반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수술을 연기하는 것은 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는 미국 콜롬비아대 소아비뇨기과 케네쓰 글래스버그 박사는 “수술 반대의 주장은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성기가 변형된 아이가 급우들에 의해 ‘돌연변이’로 인식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소아비뇨기과의 이안 애론슨 박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금부터 중성에 대한 보다 많은 자료를 모으는 것”이라며 “자료를 근거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정보를 모으는 일이나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부분의 조사 자료가 활동가 그룹에 속한 중성 모임으로부터 나오므로 특정 소수들만을 대표하는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http://www.nytimes.com/2003/05/27/health/psychology/27BEHA.html)
정리=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총기소유자 자살률 16배나 높아▼
집안에 총기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나 죽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총기류를 가진 사람은 이를 이용한 자살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6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더글러스 비베 박사는 미국 성인 가운데 피살된 1720여명과 자살한 1959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비베 박사는 “피살자의 56%가 자신을 쏜 사람과 잘 아는 관계였다”며 “살인의 20%는 도둑질을 하던 중에 발생했고 6%는 마약거래, 15% 정도는 가족분쟁 중에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두드러질 정도로 총기살인에 의한 희생자가 많다”며 “이는 남성에게 학대받는 여성이 직면하는 또 하나의 위험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3/05/27/health/psychology/27GUN.html)정리=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