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가 클레이 코트의 1인자는 결코 아니었다.
1일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테니스대회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3회전. 톱시드의 레이튼 휴위트(22·호주)는 28번 시드의 토미 로브레도(21·스페인)에게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다 내리 3세트를 빼앗겨 2-3(6-4, 6-1, 3-6, 2-6, 3-6)으로 역전패했다.
휴위트가 1,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마지막 5세트에서도 3-0까지 앞섰으나 잦은 더블폴트와 실수가 겹치면서 내리 6경기를 내줘 3시간24분의 승부를 아쉽게 마감했다.
99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2001년 준준결승 진출이 자신의 최고성적이었던 휴위트는 프랑스오픈과의 악연을 끊는 데 실패했다. 휴위트는 “유럽 선수들은 5,6세 때부터 클레이코트에서 뛰기 시작하지만 나는 15세 때 처음 경험했다”면서 “앞으로 1년 동안 클레이코트 용 신발을 신을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반면 세계 1위를 상대로 역전승의 짜릿함을 맛본 로브레도는 클레이코트에 강한 스페인 테니스의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았다. 로브레도를 포함한 스페인 출신 선수들은 5명이나 16강에 진출하는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챔피언인 스페인의 알버트 코스타는 니콜라스 라펜티(에콰도르)에게 3-2(4-6,4-6,6-3,6-4,6-4)로 역전승, 4회전에 올랐다. 1,2회전을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통과했던 코스타는 3회전에서도 4시간39분의 사투를 벌인 끝에 승리를 맛봐 ‘마라톤 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여자 단식에선 휴위트와 연인 사이인 2번 시드 킴 클리스터스(벨기에)가 세계 31위 파올라 수아레스(아르헨티나)를 2-0(6-2, 6-1)으로 가볍게 누르고 16강에 합류했다. 클리스터스는 15번 시드 막달레나 말리바(불가리아)와 8강 진출을 다툰다.
또 3번 시드 비너스 윌리엄스와 제니퍼 캐프리아티, 린제이 데이븐포트(이상 미국) 등 상위 랭커들도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다.
한편 남자복식에 나선 이형택(삼성증권)은 블라디미르 볼치코프(벨로루시)와 짝을 이뤘으나 2회전에서 톱시드의 마크 놀리스(바하마)-대니얼 네스터(캐나다)조에 0-2(3-6, 3-6)로 패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