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가 고단하다. 시내 곳곳이 종일 마비되어 있다. 하루 두어 군데 볼일을 보려면 하루해가 다 간다. 이제 서울의 ‘교통’은 바로 ‘고통’이다. 이미 교통개발연구원에서도 서울시내에서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비용이 매년 수조원에 이른다고 계산한 바 있다.
교통은 오늘날 도시의 경쟁력이다. 도시기능의 척도이고 기동성의 상징이다. 그런데 서울의 교통이 점점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도시의 ‘삶의 질’을 비교한 스위스의 머서 컨설팅에 의하면 서울은 93위로 바닥권이다.
그런데 요즘 서울거리에는 ‘7월1일부터 청계천 고가도로가 철거되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전단이 나붙어 있다. 청계천 고가도로는 도심지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던 도로이다. 고가도로와 청계천로의 교통량이 하루 17만대 정도 된다. 이 두 길은 현재 도심지 동서통행량의 30% 정도를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고가도로는 철거되고, 청계천로는 4차로로 축소된다. 서울시는 교통소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으나,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도심지로 진입하는 도로용량을 줄이면 도심지의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강북은 쇠퇴할 것이다. 강북과 강남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고, 도심지의 재개발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물론 도심지에 물이 있고, 풀 나무가 있고, 고풍 어린 다리가 놓이는 환경 퍼포먼스는 다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하루 17만대를 처리하던 도로를 철거하고 상당 부분 폐쇄하려면 근본적인 교통체계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구호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당초 계획했던 버스노선의 조정, 중앙버스전용차로, 가변차로제 등 몇 가지 임기응변책마저 부처간 협의가 미진해 실시가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도심주차료, 교통유발부담금 인상 등을 통해 꾸준히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입안 중이다. 물론 대도시 교통관리의 중심은 대중교통에 두어야 하겠지만, 강제적인 승용차 이용억제와 한정된 도로사정은 결국 도심지의 기능을 쇠퇴시킬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 보스턴에서는 도심지를 가로지르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대신 더 용량이 큰 지하도로를 만들며 주변에 공원, 워터프런트 개발 등을 통해 도심지를 활성화하는 ‘빅딕(Big Dig)’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이나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각별한 조처를 취하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교통망에 대한 근본적 수술과 대안을 마련한 뒤 청계천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 서울은 다른 선진국들의 도시에 비해 도로수준이 열악한 편이다. 도심지 접근성이 높은 도시고속도로나 지하차도가 추가되고 순환도로도 더 보완되어야 한다. 동시에 지하철과 전철망도 확충되어야 한다. 이제 서울에도 프랑스의 파리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RER시스템’(도시를 가로지르는 급행지하철)이 필요하다. 이런 것 없이 어떻게 대도시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청계천 복원에 대한 교통대책이 미흡하다. 7월에는 서울시장도 지하철로 출근할까?
이건영 단국대 교수·전 교통개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