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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숨기고 언론 탓만 청와대 '뒷북해명' 급급

입력 | 2003-06-01 18:33:00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 땅 매매 의혹과 관련, 청와대가 이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뒷북 해명’에 급급하다 오히려 의혹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이씨의 땅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해명할 일이 아니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나서 해명했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사실이 누락되는 등 설명이 불충분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문 수석은 지난달 28일 이씨의 용인땅 1, 2차 매매가가 반년 만에 12억원이나 차이가 난 이유에 대해 “1차 매매계약 때는 가압류 상태에서 ‘급하게’ 토지를 거래했기 때문에 시가보다 낮게 판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 직후 민정수석실은 이씨로부터 계약서를 입수했으나, 그 내용 중 매수자 신분과 특약사항 일부를 지우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 언론의 취재를 통해 민정수석실이 지운 특약사항 내용이 이씨의 10억3000만원 은행 빚을 매수자가 승계한다는 조항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약사항을 지운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을 받았다.

민정수석실은 “나중에 계약서를 받아보니 1차 매매 때의 10억3000만원 채무 승계조항까지 포함하면 1차 매매가가 38억8000만원으로, 2차 매매가(40억원)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처음 1차 매매가가 28억5000만원이라고 했던 것은 이씨가 줄기차게 그렇게 주장해 이를 믿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가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이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다 ‘거짓 해명’을 한 셈이다. 문 수석은 “세심하게 계약서를 살펴서 했더라면 이런 의혹들을 조기에 불식시킬 수 있었겠지만 계약서가 무척 이례적이었고 이씨도 나이가 많아 해명을 서투르게 한 점도 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여권 내에서는 “청와대가 사정팀(사직동팀)을 부활시킨 것은 이번과 같은 대통령 측근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 아니냐. 처음부터 이씨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정팀’을 가동해 사실관계를 파악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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