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쓰게 되면서 메이저리그의 대기자 칼럼을 유심히 보게 됐다.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대체로 이들의 글은 직선적이다. 기자의 주관이나 독특한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팀은 물론 선수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파올라 보어빈이라는 여성 칼럼니스트는 김병현이 보스턴으로 떠나자 ‘이제야 밝히는 진실’이란 제목의 1일자 칼럼에서 “BK는 팀에서 왕따였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자초했다”는 난도질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올 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박찬호에 대한 텍사스 언론의 논조도 신랄하기 짝이 없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댈러스 모닝뉴스의 팀 콜리쇼는 지역 프로팀의 잘못된 계약 5개를 선정하면서 불명예 1위에 박찬호의 5년간 6500만달러 ‘먹튀 계약’을 올려놨다. 그는 “3선발급 투수에게 과분한 에이스 대우를 해줬다. 다저스 시절 홈에서만 강하고 중요한 때 제몫을 못한 게 박찬호였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악의적인 글들임에 분명하다. 짧은 영어로나마 메일을 보내 꼬치꼬치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퍼뜩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칼럼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곰곰이 되짚어보면 비록 표현은 거칠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솔직한 표현이 쉽게 가슴에 꽂힌다는 느낌조차 든다. 미국 시민이 아닌 한국인 선수라서 차별을 받은 것 같지도 않다.
마침 이날은 뉴욕 메츠의 서재응이 7전8기 끝에 2승째를 올린 날. 서재응은 아끼는 목각 염주를 왼 손목에 그대로 찬 채 경기에 나왔지만 이번엔 지난 경기 때 어필했던 애틀랜타의 ‘능구렁이’ 보비 콕스 감독은 물론 어느 칼럼니스트도 문제 삼지 않았다. 중계사인 폭스TV는 서재응의 염주와 콕스 감독의 얼굴을 교차시키며 흥미로워 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서재응은 분명 규정을 어겼지만 메이저리그의 뜨는 해. 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김병현과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박찬호의 상품가치는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칼럼니스트의 글에조차 ‘실력만이 살 길’이라는 프로의 냉정함이 무의식적으로 배어있다고 하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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