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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취임100일 회견]"부동산값 폭등 기필코 잡겠다"

입력 | 2003-06-02 18:39:00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100일간의 국정운영 전반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운영 기조를 밝혔으나, 구체적 비전 제시는 부족했다는 평이다.

▽북한 핵문제=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큰 원칙은 ‘핵은 용납할 수 없다,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북한을 도와준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추가적 조치’가 핵시설에 대한 폭격 등 대북 강경대응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의식한 듯 “북한 핵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카드를 가질 수 있다. 강온은 협상의 주요한 수단이고 하나하나에 매달려서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미간의 이런 합의가 실제 상황 대비용이 아니라 협상카드로 제시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민생 경제=노 대통령은 경제 난국에 대한 해법으로 △불확실성 제거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무리한 단기 경기부양책 배제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제부터 대통령이 직접 경제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확인하고, 경제계 사람들을 만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대화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제 현안은 전문가에게 맡기겠지만, 전체의 정책 흐름과 분위기는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다잡아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급격하게 내려갈 때 서민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급격하게 올라갈 때도 서민들은 이익이 적다”며 “경기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이 서민경기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부동산값 억제 등 서민경제 대책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기업의 협조를 당부했다. “가장 투자 여력이 많은 집단이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 경제 분위기가 살아나면 중소기업의 가동률이 올라가고, 이는 중소기업이 사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법인세 인하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토론을 깊이해서 (결정)해야 한다. 나는 (법인세 인하 불가가) 절대 지켜야 할 성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법인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당초의 입장이 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노 대통령은 경제성장 대책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을 성장전략에 집중해서 해 나가고 있으나 단기적 부양책을 성장전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성장률을 지금 제시하려고 하니까 올해 3%대니 뭐니 하는데 내가 6%, 7% 얘기하면 금방 내 신용이 떨어질 것 아니냐”고 말해 대선 때의 연평균 7% 성장 공약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했다.

▽특검 및 신당 문제=노 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과 관련해 “(대북 송금 과정에서) 권력의 남용과 부당 대출의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특검법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특검의 불가피성을 거듭 설명했다. 다만 노 대통령은 “특검도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해 남북문제 훼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치적 평가 등 두 가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민주당의 신당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그 자체 변신의 몸부림을 막는 것도 적절한 것은 아니다”고 말해 신당 추진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신당이 민주당의 정체성과 뿌리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성은 해소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신당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탈(脫) 권위와 거친 발언=노 대통령은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은 죄송스럽다”고 했지만, 특유의 탈 권위주의적 언행을 바꿀 생각은 없는 듯했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사람 머릿수를 얘기할 때 ‘쪽수’라고 한다든지, ‘깽판’이라든지 하는 대중적 표현을 내가 쓰면 언론은 노무현의 것은 다 샅샅이 뒤져 재밋거리로 삼는다”며 최근의 막말 논란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그는 또 “반어법은 보도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진위를 정확하게 전달해야지 거꾸로 전달하는 것은 보도의 책임이다”며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대통령의 탈 권위가 미국에서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며 “우리나라는 국무총리와 장관도 열심히 일하는데, 모든 것을 대통령이 한 것으로 보고 대통령만 비추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개각 문제에 대해 “3개월도 안 된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개각만 자주 한다고 해서 정치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가급적이면 (현 내각이) 오래 가도록 하려고 한다”며 정치권 일각의 개각설을 일축했다.

또 대통령비서실 개편 문제에 대해선 “비서실장이 책임지고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관계 수석비서관들이 모여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정책 및 지방분권=노 대통령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과 관련해 “수도권도 단순 규제만 해서는 더 이상 효과가 없고, 쾌적한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며 “지방에 위축을 가져오는 규제는 계속하되 행정수도 이전 등의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 문제는 규제에서 관리로 전환, 지방과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정치적인 대화와 협상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