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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매각 주부부처에 일임"

입력 | 2003-06-03 01:10:00


정부는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조흥은행 노조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조흥은행 매각작업을 예정대로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는 앞으로 조흥은행 매각작업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예금보험공사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협의해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다.

이에 노조측은 “매각작업을 계속 추진하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혀 매각을 둘러싼 정부와 노조의 갈등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은 2일 청와대에서 조흥은행 노조 및 정부측과 비공개 토론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토론회에서 노조와 재경부 예금보험공사 공적자금관리위 등이 충분히 입장을 표명했다”며 “청와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림(金光琳) 재경부 차관은 “정부는 조흥은행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공적자금관리위의 최종 결정에 따라 조흥은행 매각작업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흥은행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과 관련한 노조측의 요구를 매각협상에 최대한 반영하겠지만 원매자가 나선 이상 ‘매각반대’라는 노조측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노조측과 이면계약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용득(李龍得)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정부는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조흥은행을 매각하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으며 은행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토론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조흥은행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상황 변화가 없으면 총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흥진(許興辰) 조흥은행 노조위원장도 “청와대는 전혀 중재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이날 토론은 2시간으로 예정됐으나 노조와 정부측의 의견이 엇갈려 3시간30분 동안이나 진행됐다. 당초 노조측에 토론을 제안해 파업을 막았던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토론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