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식장으로 입장해야지. 딴딴딴 따.”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한양여대 부속유치원 어린이들이 이야기판에서 서로 재잘거리며 결혼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수학은 잘 하지만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는 잘 그려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사람의 지능이 8가지 이상의 영역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학교 교육은 언어와 논리 수학 지능이 중심이지만 누구에게나 음악 신체운동 공간 대인관계 자기이해 자연탐구 지능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는 언어 및 논리 이외의 능력은 아예 능력으로 치지 않았고 이 평가의 틀(시험)에 맞지 않으면 열등생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시험성적에 따라 일렬로 세우지 말고 각자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찾아내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견해와 주장이 국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한양여대부속 유치원은 이 같은 다중지능이론을 적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다. 원칙적으로는 아이들의 강점을 발견해 이 강점을 중심으로 개별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해야 하지만 교사 대 유아의 비율 같은 문제 때문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만 4, 5세 혼합반 자유시간. 두세 명씩 짝지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에 몰두했다.
남자아이들은 주사위를 던져 그 수만큼 아기 거북이 말을 움직여 엄마 거북이 머리에 도착하도록 하는 거북이 게임판으로 몰려갔다. 조예은양(5세)은 공원 모형의 이야기판에서 다른 여자아이들과 결혼식을 하는 이야기를 지었고 오병화양(4세)은 종이접시에 은행 대추 꽃잎을 붙여 얼굴을 꾸몄다.
“엄마 얼굴이에요. 머리가 길고 눈은 조금 작아요. 엄마랑 아빠랑 친해요. 그래서 아빠는 엄마한테 선물을 많이 해줘요.”(병화)
예은이는 상상력이 풍부해 이야기를 잘 엮고 어휘사용도 다양하다는 것이 담임 박현숙 교사의 설명이다. 축소된 모형교실에서 아이들의 사진이 부착된 나무조각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꾸미는 ‘우리반 놀이’ 역시 좋아한다. 그러나 만들기는 싫어하는 편. 이에 반해 병화는 만들기를 좋아하지만 자연탐구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유치원 미술놀이에서는 자연물을 이용토록 함으로써 자연물 활용과 탐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같이 다중지능이론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은 아이에게 강한 지능을 찾아낸 뒤 그 지능을 이용해 학교나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훈련방법을 터득하도록 교육한다. 또 강한 지능을 이용해 약한 지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두뇌가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제공되면 지능도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박 교사는 “아이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 홈페이지(202.31.182.19)에는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언어 논리 등 지능영역별로 6∼10개씩의 영재행동특성을 실어 어떤 분야의 지능이 뛰어난지 가늠해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유아교육업체들도 다중지능이론에 관심을 보여 ㈜한국프뢰벨은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 조석희 실장과 함께 유아의 모든 지능을 통합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한 ‘프뢰벨 뉴베이비’를 개발해 내놓았다.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의 학교들은 내적 동기를 발견해 어떤 분야에 몰입함으로써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이 몰입이론은 클레어몬트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전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몰입은 명확한 목표가 주어져 있고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이 합치되는 활동을 할 때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년간의 연구결과 몰입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나타냈다는 것.
인천대 한기순 교수(영재교육)는 “창의성이 영역특수성을 띠고 있느냐 영역보편성을 띠고 있느냐는 문제는 항상 교육학계에서 논란거리였다”며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한 가지 영역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의성교육기관 ‘메사 스콜리아’의 박현순 부원장은 “부모는 계속적 관찰을 통해 유아의 관심분야를 파악해 아이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단순한 반복학습이나 암기위주의 교육은 아이의 학습의욕과 창의력을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정교과의 선행학습은 두뇌발달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제한시킨다. 메사 스콜리아가 2000년에 1400명을 대상으로 창의성 검사도구인 TCT-DP의 표준화 검사를 실시한 결과 교과학습 중심의 조기교육을 실시한 아이들의 경우 창의력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아이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몰두한다.
아이들을 시험성적에 따라 일렬로 세우지 말라.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찾아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가르쳐라.
'다중지능이론' 만든 美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